조선왕조의 기원 너머의 역사담론 3
존 B. 던컨 지음, 김범 옮김 / 너머북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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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광종과 성종의 개혁 이후 한 세기가 조금 넘게 고려의 국왕들은 조정과 정치를 지배할 수 있는 제도적 수단을 갖게 되었지만, 왕조의 생존 자체를 위협할 정도로 강력한 중앙의 세습적 가문에 다시 한 번 직면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 그러므로 고려 전기의 국왕들은 관료 제도를 시행해 왕권을 강화했지만, 낮은 수준의 사회적 분화에서 초래된 한계를 끝내 극복할 수 없었던 것이다. 중요한 정치적 역할은 귀속적 집단에 계속 남아 있었기 때문에 국왕들은 강력하고 포괄적인 권력을 유지할 수 없었다. (50)

귀족적 문반 가문의 주도로 정치권력의 집중이 점진적으로 진행된 과정은 1170년...의 무신란으로 차질을 빚었는데, 그 사건은 부분적으로는 더욱 무례하고 횡보해진 문신들의 행동에 무신들이 분개하면서 촉발되었다. 그러나 무신이 지배한 시대는 문신의 조정 장악은 끝냈지만, 왕권의 부흥을 가져오지는 않았다. (50)

고려 중기의 무신들은 전례 없는 수준으로 국왕을 약화시켰다. 그들은 일상적으로 국왕을 폐위시켜... 자신들이 선호하는 왕실의 다른 인물로 교체함으로써 효과적으로 국왕을 꼭두각시로 전락시켰다. 대체로 고려 중기 무신의 흥기는 고려 정치사의 커다란 단절로 보이지만, 최씨와 그의 지지자들이 왕조의 관원이었다는 측면에서 그들의 독재체제는 1170년의 무신란 이전 신하가 국왕을 지배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온 경향의 정점으로 파악할 수도 있다.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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