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신의 오후 - 남자, 나이듦에 대하여
우에노 지즈코 지음, 오경순 옮김 / 현실문화 / 201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사사타니 교수는 이런 유형의 남편 간병을 `간병자 주도형 간병`이라 일컫는다. 즉 남편이 간병을 주도하고 간병받는 아내는 불평 한마디 없이 따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의존적이었던 아내는 병이나 간병으로 더더욱 남편에게 완전히 의존하는 존재가 된다. 이처럼 남편의 존재 이유는 높아지고, 아내에 대한 지배력은 강해지며, 이는 `애정`이라는 이름으로 점점 미화된다. (48)

간병시설에서는 `동성 간병`이 기본이지만, 이는 남성 간병인이 여성을 간병하는 것이 대한 거부감에서 나온 것이다. 반대로 여성 간병인이 남성을 간병하는 경우에는 누구도 동성 간병을 운운하며 까다롭게 굴지 않는다. 여성이 남성을 보살피는 것은 누구든 당연시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딸이 아버지의 시중을 드는 경우나 원래 남남인 며느리가 시아버지의 시중을 드는 경우도 어느 한 사람 `거부감` 따위는 느끼지 못했다. (58)

아내의 죽음을 인정하지 않는 떼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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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실 부정`은 남성들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우리 아버지 역시 그토록 아내의 죽음을 탄식했지만 납골할 때도 참석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성묘를 거절하셨다. "너희들 엄마는 저런 곳에 있지 않아."라며 핑계를 댔다. 유물론자였던 것도 아니다. ... 그러면 대체 어디에 계신 거냐 물으니 시로야마씨와 마찬가지로 아버지의 `마음속`에 있다는 것이었다. (71)

오르막길에서는 어제까지도 없었던 능력이나 재능을 별안간 오늘 지니게 되면서 척척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었다. 그와는 반대로 내리막길은 어제까지만 해도 지녔던 능력과 재능을 점차 읽어가는 과정이다. 어제 가능했던 일이 오늘은 불가능해지고, 오늘 가능했던 일이 내일은 불가능해지게 된다.
지금까지 인생의 오르막길의 노하우는 있었지만, 내리막길의 노하우가 없는 것이 문제였다. 내리막길의 노하우는 학교에서도 일러주지 않았다. 오르막길보다 내리막길에서 노하우와 스킬이 필요한데도 말이다. (88)

하지만 가와무라 씨의 `세 가지 정년`에 하나 빠진 것이 있다. 이름 하여 `가족 정년`이다. 대다수 경솔한 사람들이 그렇게 여기듯 가와무라 씨도 가족 정년을 맞이하기 전에 인생 정년을 맞이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애당초 `가족`이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일까. 가족이 있거나 말거나 인생에 큰 변화가 없을 만큼 직장이나 일에 몰두하며 살아온 탓일까. 이도 저도 아니면 가족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것이 `남자의 미학`쯤으로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일까. 사실 가와무라 씨의 책을 보면 가족의 존재가 미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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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정년`에는 `부부 정년`과 `부모 노릇 정년`이 있다. (109)

여자란 여자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남자에게 선택받아야 하지만, 그 반대는 성립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남자는 남자라는 사실을 여자에게 선택받음으로써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남자들 집단 안에서 남자로서 인정받는 것으로 증명한다. 남자가 남자가 되기 위해서 여자는 필요하지 않다. 남자는 남자에게 인정받음으로써 남자가 된다. 여자는 그다음 포상으로 딸려 온다. (126)

이 조사에서도 여성 고령자는 어울려 지내는 경향이 있었지만, 남성은 남성들끼리 어울리지 않고 각각 등지고 있고 대화도 적은 경향을 보였다. 텔레비젼 앞 `지정석`에 앉아 있는 사람은 대게가 남성 이용자다. 딱히 텔레비젼을 좋아해서 그런 것도 아닌 듯하다. 거기에 앉아 있으면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지도 않고, 자기 스스로도 먼저 말 걸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리라.
그러던 남성이 집단에 녹아드는 경우는 여성만 있는 집단 속에 홀로 참가할 때이다. 여자들만 있는 하렘... 상황에서 자기 혼자 `독불장군`이 되거나 혹은 `애완동물`이 된다면 관계는 안정될 듯싶다. (129)

이와무라 노부코 씨가 쓴 `먹거리 붕괴` 3부작 ...를 읽으면 이미 `편의점 2세대`가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즉 편의점 도시락을 먹으며 성장한 세대가 부모가 되어 자신의 아이도 똑같이 키우는 제2라운드가 시작된 것이다. (153)

나도 경험이 있기에 익히 알고 있지만 혼자 하는 여행의 정보량은 둘이서 하는 여행이나 단체 여행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현격하게 많다. 낯선 땅에서 자신의 모든 감각을 총동원해야 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혼자 있게 되면 주변에서 제멋대로 다가오기들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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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혼자서 여행하면 현지 아이들이 다가오기도 하고, 식당에서 식사하는 중에도 누군가 말을 붙여온다. 한가한 현지인이 안내할 테니 따라오라고 하기도 하고, 때로는 자기 집에 밥 먹으러 오라고 권할 때도 있다. 내 경우엔 호텔을 취소하고 자기 집에 묵으러 오라는 사람도 있었다. (208)

재택 간병을 실천 중인 관계자의 증언을 종합해보면,
첫째, 종말기 고통 조절은 현 의료 수준으로는 가능하다.
둘째, 가족이 없더라도 다직종 제휴만 있다면 독신 세대라도 간병은 가능하다.
셋째, 상황에 따라서는 가족이 없는 독신 쪽이 재택 간병이 더 수월한 경우도 있다.
독신에게 이토록 든든한 게 또 있을까. (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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