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
리처드 플래너건 지음, 김승욱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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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흐른 뒤 울음은 그저 감정을 확인하는 방법이 되었고, 감정은 인생의 유일한 나침반이 되었다. 감정은 유행이 되고, 사람들은 배우로 등장하는 연극이 되었다. 그때쯤 사람들은 이미 무대 밖의 자기 모습을 알지 못했다. (14)

자기 존재의 가장 깊숙한 곳에서 도리고 에번스는 자신의 평생이 바로 이 순간을 향한 여정이었음을 알아보았다. 그는 그 한순간 태양을 향해 날아올랐고, 이제부터는 영원히 그 순간으로부터 멀어지는 여행을 할 터였다. 다시는 그 무엇도 그 순간만큼 생생하게 다가오지 않을 것이다. 인생이 다시는 그토록 의미를 품지 못할 것이다. (24)

어떤 면에서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지루했지만, 또다른 면에서는 매혹적이었다. 그렇게 확신에 찬 사람들을 만난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유대인들과 가톨릭신자들은 그들보다 격이 떨어지고, 아일랜드인들은 추하고, 중국인과 토착민들은 아예 인간이 아니었다. 그들에게 이런 주장은 단순한 생각이 아니라 확신이었다. 그는 이상한 데서 놀라움을 느꼈다. 돌로 지어진 그들의 집. 그들이 사용하는 식기의 무게. 다른 사람들의 삶에 대한 무지. 자연의 아름다움을 알아보지 못하는 눈. 그는 가족들을 사랑했지만, 자랑스러워하지는 않았다. 식구들이 가장 잘한 일은 살아남은 것이었다. 그것이 어떤 업적인지 그가 제대로 알아보기까지는 평생이 걸렸다. 하지만 대학에 다니던 그 시절에는 생전 처음으로 만난 사람들이 가진 명예, 재산, 명상과 비교해보았을 때, 업적이 아니라 실패 같았다.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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