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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왜 촛불을 끄셨나요 - 폭력과 추방의 시대, 촛불의 민주주의를 다시 묻는다 ㅣ 당비의생각 2
당대비평 기획위원회 엮음 / 산책자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그대는 왜 촛불을 끄셨나요
이 책은 읽으면서 촛불시위 1년에 대한 여러 사람들의 분석을 통해 뒤늦게나마 촛불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항상 몸보다 머리로 생각을 먼저 하는 나는 촛불의 발랄, 신선함에 놀라다, 나중에는 감격하다가 뭔가를 기대하는 지경에 이를 즈음 이 책에서 지적한 것처럼 “100만명쯤 모여도 아무 일도 안 일어나네”(p.28)라는 표현처럼 그날을 전후로 나도 역시 당혹감과 낭패감이 들었던 기억이 있다.
광우병 쇠고기에 대한 공포는 확실히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본다. 그렇다고 저들의 주장대로 ‘PD수첩이 유포한 공포’가 촛불을 거리로 불러들였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아무리 이야기해도 국민의 주장을 도대체 들으려 하지 않으려는 정권에 대한 분노가 컷고 그 분노가 분노의 촛불을 모았다고 ‘명박퇴진’이 자연스럽게 외쳐졌다. 그러나 실제로 그 거리 다수 촛불들이 원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국민과의 소통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완전한 해결은 되지 않았지만 어쨌든 정권이 사과하는 시늉을 하면서,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급격히 소멸되었다고 본다. 그래서 “촛불을 무조건 민주주의적으로 단언하려는 암묵적인 주장에 거리를 두려는”(p.9)장을 지지하는 편이다. 기억을 돌이켜 보면 <6월 5일 현재 운동권의 뇌구조>라는 그림은 아마도 상당 부분 당시 나의 모습과 흡사했던 것 같다.
다른 한편, 거대한 촛불은 어쩌면 공장 앞에서, 비정규직의 눈물 앞에서 멈추었고 연대를 하지 못한것도 사실이다.-물론 일부 촛불은 이후 비정규직 문제에 많은 지지와 연대를 했던 사실도 있다- 촛불들은 깃발과 조끼로 상징되는 기존 운동권들을 그토록 싫어 했지만 결국 촛불 역시 노동운동에 대한 고민의 벽을 넘지 못했고, 운동권 역시 소통에 실패했다.
어쨌든 촛불들은 민영화 담론이나 각종 사회적 이슈들이 녹아나는 하나의 광장이었음은 분명했다. 당장의 성과가 눈앞에 보이지는 않지만 10대들의 가슴에는 100만 촛불의 기억이 남아 있을 터이기에 촛불의 힘은 여전히 내재되어 있고 긴 역사의 흐름에서 피로써 쟁취해온 민주주의를 공고히 하고 진전시키며, 진보의 길로 나아가는데 좋은 밑거름이 될 거라 믿는다.
그래서 <초가 다 녹아내려 다시 불을 붙이려고 잠시 촛불을 껏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