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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ㅣ 비타 악티바 : 개념사 16
문지영 지음 / 책세상 / 2009년 11월
평점 :
자유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나
실상 자유의 개념과 사상을 정확히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음.
시대에 따라 그리고 상황에 따라
자유라는 단어에는 수많은 개념이 붙는다.
자유에 대한 많은 개념을 소개하고
저자의 평가가 같이 나와 있어 비판적으로 생각할 기회를 줌
자유의 개념을 잡기에 좋은 책.
최소 3회독은 해야 할 것 같음.
인상깊었던 부분 몇 가지 소개
『주권을 상실한 국가에서 반제국주의의 문제의식을 싹틔우지 못한 채
그저 개인의 자유에 몰두할 경우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자유를 그 개인이 속한 공동체의 성격과 무관하게,
단순히 그가 하고자 하는 것을 방해하는 외부적 힘의 부재로만
이해하면 제국주의 권력은 자칫 해방 세력으로 오인될 수 있다.
특히 제국주의자들이 '동화'를 강조하면서
종래 지배 질서의 전근대성을 개량하는 조치들을 단행할 때,
예컨데 신분제에 기초한 식민지의 구 지배 체제를 와해시키고
전근대적인 토지 및 소유권 제도를 부분적으로 개혁하는 조치를 취하거나
여성에게 억압적인 가부장적 질서를 완화시킨다면, 식민지배는 개인의 자유에 오히려
더 우호적인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
...(중략)...
개인을 중심으로 자유의 문제를 이해하는 관점은 특정시기 서구 역사의 산물이다.
개인의 자유가 역사적 맥락을 초월해서 언제나 자유를 이해하는 핵심어라거나
자유주의를 평가하는 유일한 기준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 주장은 서양의 역사를 보편화해서 보는 일종의 서구 중심적 발상에서 기인한다.
독재 정권에 맞서 민중의 해방을 요구하며 전개되었던
남미와 아시아 여러 지역의 민주화 운동도 개인의 자유에 초점을
맞추는 서구 중심적 관점의 반례가 된다.
여기서 민중의 자유 역시 개인의 자유와 대립하는 것이라기보다
그것과의 연장선상에서 이해될 수 있는 것이다.
즉 개인의 자유와 민족 혹은 민중의 자유 같은 집단적 자유는
고정 불변의 위계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
맥락에 따라 선후를 달리하면서
궁극적으로 자유로운 인간의 삶을 완성하는데 기여한다.
(101~102쪽)』
『이슬람 문화권들의 학자들은 여성 할례를 억압으로 보는 시각 자체가
서구 중심적이라고 항변할 수 있다.
또한 미국의 이른바 인권 외교에 대한 중국이나 북한의 대응이 상징적으로 보여주듯이,
인권이 정당한 간섭의 근거가 된다는 발상 역시 서구 문화 특유의 것이며,
무엇이 인권 침해인가 하는 문제는 그야말로 서구 강대국의 특정한 의도에 따라
자의적으로 판단될 뿐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특히 9.11 이후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테러와의 전쟁이 시작되면서
국제 사회에서 인도주의적 간섭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는 훨씬 강해지고 있다.
인도주의적 간섭이 그것을 주도하는 국가의 특수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명분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보기 때문이다.
(127~128쪽)』
『재산의 소유와 행사를 중심으로 자유를 이해하는 경향은
크게 보아 두 가지 중대한 문제를 초래한다.
하나는, 자유가 재산의 축적이나 사용 같은 어떤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취급된다는 점이다.
자유가 수단으로 취급될 때 그것이 인간의 권리라는 점은 잊혀버리게 된다.
자유가 인간의 권리라는 생각은,
자유란 그것이 초래하는 결과 때문에 가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를 함축한다.
인간의 권리인 자유는 그 효용과 무관하며
또한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적용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자유가 재산권을 위한 수단으로 여겨지게 되면,
특정한 효용을 발휘하지 못하는 자유는 관심 영역 밖으로 밀려나고,
심지어 재산권 경쟁에서 뒤처지는 사람은 자유와 무관한
혹은 자유가 무용한 사람으로 간주되어 국가의 보호 대상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
사회 복지 수혜 대상자들에게 지급되는 복지 비용은
단순한 공공 부조가 아니라
자유로운 개인으로서 그들이 누려야 할 권리라는 생각에
사람들이 인색한 것이 그 한 예이다.
다른 한 가지 문제는 첫번째 문제와 긴밀히 연결된 것이면서
그에 따른 반작용이라고도 할 수 있을 텐데,
바로 개인적 자유에 대한 추구가 공동체의 파편화를 부추기게 된다는 것이다.
재산권 경쟁에서 밀려났거나 혹은 처음부터 거기에 끼어들 의사가 없는 사람들은
오늘날 매력적인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이 개인용 컴퓨터 앞에 앉아
인터넷으로 연결된 사이버 세계를 돌아다니며 정보의 자유, 소비의 자유를 만끽하는 것이다.
여기서 자유는 철저히 사생활과 관련된 것으로 간주되며,
따라서 내가 자유롭기 위해서는 모든 공적 부담을 벗어던져야 한다.
이런 반공동체적 경향의 자유에 몰두하는 개인이 다수가 될 때,
보다 나은 사회를 위한 연대는 불가능한 꿈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자유를 즐기는 것이 사실은 나와 공동체 전체에 대한
권력의 지배를 자유롭게 허용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156~15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