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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드 오브 라이프 - 삶을 마감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을 찾아서
사사 료코 지음, 천감재 옮김 / 스튜디오오드리 / 2022년 2월
평점 :
“가족도, 간병인도, 간호사도 해줄 수 없는 게 있어요. 마지막 몇 주를 프로듀스하는 일, 그것만큼은 의사만이 해줄 수 있어요. 그 사람에게 가장 소중한 남은 시간을 성의를 가지고 생각해주는 의사를 만나느냐, 못 만나느냐에 따라 환자의 상황이 크게 달라져요. 본인 뜻에 반하는 연명 치료를 하지 않는 것, 임종 직전에 의식을 어느 정도 유지하도록 할 것인지도 최종적으로는 의사의 판단이 영향을 끼쳐요. 이 사람이라면 정신적으로 버틸 수 있겠다, 이 가족이라면 환자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겠다. 그렇게 판단했다면 가능한 한 환자의 의식이 맑게 유지되게끔 해요. 하지만 그런 사람만 있는 게 아니니까요. 가족과 사이가 나쁜 사람, 통증 때문에 패닉에 빠지고 괴로워 몸부림치는 사람도 있어요. 그럴 때는 의식 수준을 떨어뜨리도록 컨트롤해야 해요. 환자와 의사 간에 신뢰 관계가 없으면 못 할 일이죠. 그날을 대비하는 일은, 환자와 그 가족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모른 채로는 할 수가 없어요. 쉽게 말해, 만족스러운 임종의 순간을 만들 수 있느냐 없느냐는 의사 실력에 달려 있어요.”
#엔드오브라이프 #사사료코 #천감재옮김 #스튜디오오드리
병원을 찾는 사람들은 의사 말에 기댈 수밖에 없다. 의사의 의지가 환자의 의지가 된다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아픈 사람들의 마지막 순간이 의사로 인해 결정되다니. 가족도 아닌 의사로 인해 말이다. 얼마만큼 믿어야 무섭지 않을까. 얼마만큼 다잡아야 괜찮을 수 있을까.
7일간의 레터를 받아 읽으면서, 삶을 이렇게나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 있을까 싶을 만큼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답은 아직 모른다. 살아갈 날이 더 많은 나이라 그런지 몰라도 아직은 모르겠다. 지금은 건강하고, 젊고, 많은 기회가 주어져 있다. 이 작품에서처럼 마지막에 다다른 사람이 아니라 답을 더 모르겠다. 그럼에도 마지막에 이른 이들의 이야기 덕분에 삶이 더 값지다는 사실을 다시 깨달을 수 있었다.
생의 마지막 순간, 앞서 말했듯 소중한 이들과 평화로운 고요 속에 따사로운 해의 온기를 느끼고 싶다. 가슴 찢어지는 눈물보다는 보드라운 미소가 피어나는 마지막을 보고 싶다. “결국에는 살아온 모습 그래도 마지막을 맞이하니까요.”라는 뒤표지 문구에 마음이 묵직해진다.
삶 전체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어 준 이 책을 소중한 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마지막 순간, 곁에 있어 줄 이들도 삶에 대해 충분히 사유하길 바라는 마음에.
* 스튜디오오드리에서 레터 구독자로 선정되어 도서의 일부를 메일로 받아 읽고 작성하는 서평입니다. 진심을 담은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