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을 필요는 없다
이평 지음 / 스튜디오오드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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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갈수록 특별한 만남보다는 편안한 관계에 이끌린다.│21

오랜 친구라 해도 만나면 오가는 이야기가 “그때가 좋았지”라면서 추억을 안주 삼는 대화에 한정되는 것처럼 관계가 더 깊어지지 않는다. 접점이 사라지면서 그저 동창의 수준에 머무는 것이다. 특별한 갈등이 있어 틀어지는 것이 아니다. 상황이 관계의 거리를 만든다.│81

고민을 털어놓았다는 건 공감 혹은 내 편이 되어달라는 무언의 신호다.│87

소노 아야코의 에세이집 『약간의 거리를 둔다』에 나오는 “세상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든 솔직히 관심 없다. 어차피 인간은 타인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니까”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사람들에게 타인의 힘듦은 그다지 중요하게 와닿지 않는다.│95

나를 정말로 아껴주고 있다는 생각이 줄곧 드는 사람. 그렇게 시작하는 연애가 과정도, 마무리도 좋은 편이다. 강렬히 타올랐다가 금방 식는 것보다 미지근한 온기가 더 오래가는 법이다.│188

낮은 자존감은 연애는 물론 사회생활에도, 일상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 결국에는 내가 나를 존중해야 사랑하는 상대도 나를 존중하는 법이다. 당신은 스스로에게도, 타인에게도 존중받아 마땅한 사람이다.│218

사람은 고쳐 쓰는 것이 아니므로 잘 고쳐진 사람을 만나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애초부터 잘 맞는 사람과 사랑하는 것이 낫다.│234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지금의 당신을 사랑한다. 맞잡은 우리 두 손은 언제나 따뜻할 것이다. 당신과 나는 사랑하고 있다. 이걸로 충분하지 않을까.│248

#모든사람에게사랑받을필요는없다 #이평 #스튜디오오드리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다기보다 미움받기 싫다는 마음이랄까. 관계 맺는 모두가 좋은 사람은 아니니 미움받더라도 이제 그러려니 하고 산다. 소중한 이들에게 쏟을 시간도 모자란다. 미움받을 걱정에 시간을 죽이고 싶지 않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데에 감정을 소모하기 싫다. 인생은 생각보다 길지 않으니까.

이 책은 ‘그러려니 하는 법’을 담고 있다. 불필요한 관계를 정리하는 법, 나만의 속도와 방향으로 나를 지켜내는 법, 사랑에 다가가고 물러서는 법. 세 가지 큰 틀 안에서 관계를 대하는 방법을 다룬다. 프롤로그 읽고 저자의 경험과 마음이 담긴 진솔한 에세이구나 싶었는데 읽을수록 안내서(매뉴얼) 형태를 갖추었다. 이럴 땐 이렇게 하라고 가르침 받는 게 꼭 인문학 강의를 보는 기분이었다. 물론 저자의 경험과 심경이 반영되어 있어 크게 공감되는 부분이 많다. 지금까지 읽은 에세이(《아무튼, 언니》, 《이왕이면 행복해야지》, 《어떻게 사랑한다고 말해》)와는 느낌이 살짝 다를 뿐. 스스로의 행동을 되짚어 보기도 하고, 마음 다잡는 시간도 가질 수 있어 좋았다.

사람이나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 문제점, 답답함이 느껴질 때 읽으면 아주 적합하다. 내면부터 탄탄하게 채워지는 느낌. 사람에 따라서는 ‘어? 이건 좀 아니지 않나. 내 생각과 다른데.’ 싶은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인간 관계에 정해진 답은 없으니. 맞는 방법을 인생에 적용시켜 더 행복하게 살면 그뿐! 이 책도 결국 더 행복해지기 위한 방법을 다루고 있다.

*스튜디오 오드리에서 증정받아 작성하는 서평입니다. 진심을 담은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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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름답게 어긋나지 - 언어생활자들이 사랑한 말들의 세계 맞불
노지양.홍한별 지음 / 동녘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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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를 고르고 문장을 다듬는 데에서 느끼는 기쁨.│22

날 행복하게 하는 책은 네가 언젠가 말한 것처럼 소설가나 전문 작가, 즉 글쟁이가 쓴 책, 그렇게 까다롭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평이하지도 않아 약간은 도전이 되는 책, 무엇보다 문장의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책이야.│32

최대한 한국어처럼 읽히게 자연스럽게 옮기려 하다 보면 담대한 시도는커녕 지나치게 길들여 동글동글 순한 자갈돌들만 남겨버리는 게 아닌가 싶을 때가 있어. 출발어와 도착어가 만날 때 서로 다른 언어 체계와 문화가 충돌하면서 발생하는 충격, 단층, 균열이 그 특별한 만남의 흔적으로 글에 남아 있어야 하지 않냐는 거지. 모난 돌들이 글을 읽는 우리의 살갗에 거슬리고 낯설게 느껴지긴 하겠지만, 가슴에 상처를 내고 언어 감각에 사라지지 않는 압흔을 남길 수 있는 것도 그 모난 돌들일 테니까.│101

번역이 잘된 책을 읽고 있으면 그 책의 번역가 이름과 이력을 자연스럽게 기억하게 돼. (…) 내가 만족스러운 독서 체험을 할 수 있게 된 건, 밤늦게까지 스탠드 불을 밝혀 놓고 눈이 아플 때까지 검색을 하고 동의어 사전을 뒤진 번역가 덕분이다 싶어져. 이게 쉽게 나온 결과물이 아니란 걸 아니까.│179~180

가끔은 아무리 사랑하는 책이라고 해도 직접 번역을 하면 책에 애증을 갖게 되기도 하잖니. 멀리서 보면 한없이 훌륭한 사람이지만 같이 살거나 오랜 시간을 같이 보내면 환상이 깨지는 것처럼 말이야.│226

내가 번역한 책이 출간되거나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을 때도 기쁘지만 역시 번역이나 집필 의뢰가 들어오면 그날 하루는 웃으며 보내게 되더라. 우리에게 메일을 보내는 편집자들은 거의 모두 문장력이 좋고 예의도 바르잖니. 내 번역서나 책을 읽고 어떤 점이 좋아 의뢰를 하게 되었다는 메일을 받으면, 작은 사랑 고백을 받은 것마냥 기뻐져. 나를 찾는 사람이 있다는 것, 오로지 내 노력과 성과로 인정받는다는 것. 그 사실이 나를 조금은 기특해하라고, 자기 학대 같은 건 하지 말라고 말 걸어주는 것 같아.│247~248

#우리는아름답게어긋나지 #노지양 #홍한별 #동녘

편지로 오가는 마음은 언제나 아름답다.

동녘의 편지 시리즈 ‘맞불’의 첫 번째 이야기를 읽으며 번역가의 역할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깨달았다. 두 번역가를 포함한 번역하는 모든 분들은 얼마나 많은 고뇌와 싸워 이긴 걸까. 번역하는 마음이 창작하는 마음과 다르지 않음을 안다(전에도 알고 있었지만 이 기회에 더 잘 알게 됐다).

번역을 대하는 마음에서부터 화자에 맞춰 언어를 연구하는 노력, 수많은 번뇌 끝에 번역한 작품을 출간하지 못하고 워드 파일로만 간직해야 하는 아쉬움, 사라지는 것이 운명일지라도 보이지 않는 것이 규칙일지라도 번역을 사랑하는 마음까지, 친밀하고 담담하게 담아냈다. 친구와 주고받는 편지 느낌이 물씬난다.

두 번역가는 영어로 된 작품을 번역한다. 일본문학을 좋아하는지라 낯익지는 않아도 알고 있던 이름들. 앞으로는 두 번역가의 작품을 찾아 읽게 될 것 같다. 그들의 마음을 알기에 작품이 가까이 느껴지리라.

번역가의 꿈을 가지고 있다면 꼭 읽어 봐야 될 책이라 할 수 있다. 이만큼 솔직하고 세세하게 번역가에 대한 마음을, 실상을 녹여낸 책은 찾기 힘들 테니.

이 책을 읽다 보니 《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다》라는 작품이 많이 떠올랐다. 서간체 형식의 작품이 더 많이 기획되고 출간되면 하고 바라게 된다. 편지에는 마음 한 켠이라도 진솔하게 담아내고 녹여낼 수 있는 힘이 있으니까. 동녘의 ‘맞불’을 계속 기다릴 것이다.

*동녘에서 도서 증정받아 작성하는 서평입니다. 진심을 담은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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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드 오브 라이프 - 삶을 마감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을 찾아서
사사 료코 지음, 천감재 옮김 / 스튜디오오드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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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도, 간병인도, 간호사도 해줄 수 없는 게 있어요. 마지막 몇 주를 프로듀스하는 일, 그것만큼은 의사만이 해줄 수 있어요. 그 사람에게 가장 소중한 남은 시간을 성의를 가지고 생각해주는 의사를 만나느냐, 못 만나느냐에 따라 환자의 상황이 크게 달라져요. 본인 뜻에 반하는 연명 치료를 하지 않는 것, 임종 직전에 의식을 어느 정도 유지하도록 할 것인지도 최종적으로는 의사의 판단이 영향을 끼쳐요. 이 사람이라면 정신적으로 버틸 수 있겠다, 이 가족이라면 환자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겠다. 그렇게 판단했다면 가능한 한 환자의 의식이 맑게 유지되게끔 해요. 하지만 그런 사람만 있는 게 아니니까요. 가족과 사이가 나쁜 사람, 통증 때문에 패닉에 빠지고 괴로워 몸부림치는 사람도 있어요. 그럴 때는 의식 수준을 떨어뜨리도록 컨트롤해야 해요. 환자와 의사 간에 신뢰 관계가 없으면 못 할 일이죠. 그날을 대비하는 일은, 환자와 그 가족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모른 채로는 할 수가 없어요. 쉽게 말해, 만족스러운 임종의 순간을 만들 수 있느냐 없느냐는 의사 실력에 달려 있어요.”


#엔드오브라이프 #사사료코 #천감재옮김 #스튜디오오드리


병원을 찾는 사람들은 의사 말에 기댈 수밖에 없다. 의사의 의지가 환자의 의지가 된다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아픈 사람들의 마지막 순간이 의사로 인해 결정되다니. 가족도 아닌 의사로 인해 말이다. 얼마만큼 믿어야 무섭지 않을까. 얼마만큼 다잡아야 괜찮을 수 있을까.


7일간의 레터를 받아 읽으면서, 삶을 이렇게나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 있을까 싶을 만큼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답은 아직 모른다. 살아갈 날이 더 많은 나이라 그런지 몰라도 아직은 모르겠다. 지금은 건강하고, 젊고, 많은 기회가 주어져 있다. 이 작품에서처럼 마지막에 다다른 사람이 아니라 답을 더 모르겠다. 그럼에도 마지막에 이른 이들의 이야기 덕분에 삶이 더 값지다는 사실을 다시 깨달을 수 있었다.


생의 마지막 순간, 앞서 말했듯 소중한 이들과 평화로운 고요 속에 따사로운 해의 온기를 느끼고 싶다. 가슴 찢어지는 눈물보다는 보드라운 미소가 피어나는 마지막을 보고 싶다. “결국에는 살아온 모습 그래도 마지막을 맞이하니까요.”라는 뒤표지 문구에 마음이 묵직해진다.


삶 전체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어 준 이 책을 소중한 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마지막 순간, 곁에 있어 줄 이들도 삶에 대해 충분히 사유하길 바라는 마음에.




* 스튜디오오드리에서 레터 구독자로 선정되어 도서의 일부를 메일로 받아 읽고 작성하는 서평입니다. 진심을 담은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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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잔 할까요? - 노정욱 대본집
노정욱 지음 / 엘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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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소개 영상을 보는 순간, 너무 보고 싶다, 계속 꺼내 볼 수 있음 좋겠다 싶었는데 대본집이 나와 주다니 너무 좋습니다. 드마라 컷도 함께 수록되어 있어서 곱씹었을 때 더 선명한 맛이 날 것 같습니다. 예쁘게 편집해 출간까지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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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나의 3천 엔
하라다 히카 지음, 허하나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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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기를 순식간에 다 읽어 버렸습니다. 본편 전부를 내리 읽고 싶은 책입니다! 추천사 그대로 너무 현실적이라 읽기를 멈출 수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미호의 삶을 주욱 읽어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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