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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정윤희 옮김 / 다연 / 2020년 7월
평점 :

그때도 지금도 사람은 자연에 속하고 싶은 존재
어떤 때보다 자연으로 떠나고 싶은 나날이다. 세계 전반에 걸쳐 창궐한 바이러스로 인해 사람들은 창살 없는 감옥에서 지내고 있다. ‘보통의 하루’를 지내보려 무던히 애써야지만 겨우 보통 정도에서 마감되는 어제, 오늘, 내일. 이대로 가다가는 마음까지 무너질까 두렵다.
불안과 우울로 온 마음이 퍼렇게 물들어가던 그때, 소로를 만났다. 자유롭게 떠날 수 없는 이때라서 더 마음이 갔다. 호기롭게 뛰어들었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읽을까 싶어서. 지금 알아야 후회가 없을 것 같아서.
자연 에세이인 이 작품은 저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월든 호수에서 2년 동안 생활한 모든 게 담겨 있다.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 사람에 대한 냉철한 고찰, 자급자족의 신성함, 동물과의 자연스러운 교감, 계절의 흐름 속에 여러 색으로 물드는 월든 숲의 모습. 그 모든 서사가 세세하고 생생하게 펼쳐진다. 하여, 철학의 치읓 자도 모른 채 읽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이번에도 다 읽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에 한숨 지은 밤이 많다. 어려워도 읽다 보니 그 안에서 재미를 찾을 수 있었다. 바로 자연의 모습! 거기서 크나큰 위안을 받았다.
하루를 자연처럼 유유히 흘러가듯 살아보자. (중략) 아침 일찍 잠에서 깨어 식사하고, 마음을 다잡고서 평온하게 시간을 보내라. -134쪽
우주의 법칙은 어떠한 경우에도 무관심하지 않고 예민한 사람들 사이에 있다. 산들바람 속에 담긴 질책의 소리에 귀 기울여보라. 그 소리를 듣지 못하는 사람은 불행한 사람이다. -300쪽
지금 당장은 발이 묶인 것처럼 보고 싶은 사람도 못 보고, 가고 싶은 곳도 자유롭게 못 가는 날들이더라도 감사해야 할 때 같다. 오늘도 내가, 내 사람들이 무사하다.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다. 읽고 싶은 책을 읽는다. 포근한 잠자리에서 잘 수 있다. 내일 아침도 잠에서 깨 일터로 향한다. 그렇게 자연처럼 흘러가는 평온한 날들이 소중하다.
삶이 보잘것없고 초라해도 그 삶을 사랑해야 한다. -451쪽
우울하다고, 불안하다고 자꾸 어두운 생각만 하면 마음에 병만 든다. 여유가 없는 날들 같아도 그 속에 자연의 흐름이 있다. 맑고 선명한 가을 하늘이 흐르고, 시원하게 부는 바람이 상쾌하고, 황금빛으로 내리쬐는 햇빛이 밝은 기운을 더해 준다. 자연을 느끼면 여유가 찾아온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익숙하지 않아 힘들기도 했다. 허나, 아침 출근길이 즐거웠다. 마스크를 쓰고 걸어도 그렇게 기분이 좋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대하듯 지금의 삶을 사랑하면 어떨까. 소로가 그러했듯이. 소로가 남긴 글을 읽고 내가 그러했듯이.
떠나고 싶은데 떠날 수 없어 답답한 사람, 불안하고 힘든데 뭐 때문인지 모르겠다는 사람. 여유를 되찾고 싶은 사람. 원본 그대로 살린 완역본 《월든》을 만나 보면 어떨까.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서방님출발 도서로 무료 제공받아 작성하는 서평입니다. 진심을 담은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