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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고 있다는 거짓말
김이율 지음, 박운음 그림 / 새빛 / 2020년 9월
평점 :

솔직하게 말하고 진심으로 들어 주는 거, 지금 사랑하는 거
제목을 보는 순간, ‘아, 예전에 진짜 잘 지낸다는 거짓말 많이 했지’라는 씁쓸한 기억이 먼저 떠올랐다. 잘 지내고 있어. 언제부터 이 말이 이중적으로 쓰이기 시작했을까. 왜 사람들은 잘 지내지 못하면서도 잘 지낸다고 거짓말하며 지내게 된 걸까. 어른이라는 건 거짓말로 상처를 숨겨야 할 만큼 나약한 걸까. 힘들어, 슬퍼, 속상해, 안아줘, 기대고 싶어, 같은 말을 하면 어디가 덧나고야 마는 걸까?
여기, 바람에 흔들리고 지쳐 쓰러져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힘들다고, 슬프다고, 속상하다고, 안아달라고, 기대고 싶다고 말하면 모든 게 무너져 버릴까 봐, 혼자가 돼 버릴까 봐. 살려고, 살기 위해 거짓말이라도 해야 했던 사람들의 모습이 있다. 읽는 내내 마음이 흔들렸다가 뜨끈해졌다가, 불편했다가 잔잔해지기를 반복했다. 사람이라서, 완벽하지 않아 아름다운 사람이라서 그랬던 걸까.

익숙해져서, 때론 사랑받고 있음에도 그게 사랑인 줄 모를 때가 있다. 소중한 이의 마음을 그리 놓쳐 버린다면 얼마나 안타깝고 애가 탈까.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먹먹해진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책은 말하고 있다. 사람이기에 완벽한 건 불가능하다. 완벽하지 않기에 아름답고 사랑할 수 있는 것이다. 힘들어 보이는 그이 머리를 어깨에 기대게 하고 잠깐이라도 눈 감고 쉬게 할 수 있다면, 온기가 필요한 순간 기꺼이 손 내밀어 체온을 나눌 수 있다면, 부족한 것을 채워 나가는 서로가 될 수 있다면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다.

곁에 있는 이가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 느낌이었다. 따듯하고, 다정한 위로 같은 책이었다. 글과 그림이 적절하게 어울려 진한 감성을 더해 주었다.

아쉬웠던 점도 있었다. 어조가 하나로 진행됐다면 몰입이 더 잘됐을 텐데. 존댓말이 나왔다가 반말이 나와 약간은 혼란스러웠던 게 사실이다. 그래도 마음이 움직였던 건 공감이라는 큰 힘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에 이불처럼 포근히 내려앉은 위로의 말들. 환절기라 퍽퍽했던 마음에 따사로운 볕이 들이비친 듯했다.
권태로운 일상에 낯간지러운 설렘 한 잔 필요하신 분들, 바삭하게 건조된 일상에 촉촉한 훈김 한 방울 필요하신 분들. 한 번쯤 푹 잠겼다가 가시기를 바란다.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무료 제공받아 작성하는 서평입니다. 진심을 담은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