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이고 싶지만 외로운 건 싫어서 - 외롭지 않은 혼자였거나 함께여도 외로웠던 순간들의 기록
장마음 지음, 원예진 사진 / 스튜디오오드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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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당장 내일 죽을 수도 있지만 갑자기 기대조차 하지 않았던 곳에서 좋은 연락이 올지도 모른다.│65


행복은 금방 지나가고 또 잊어버리기 쉬워 애써 찾아내지 않으면 나도 모르는 새 유통기한이 훌쩍 지나버린 냉장고 속 우유처럼 상해버린다.│102


준비한 것들이 다 동나면 급기야는 내가 가지고 있는, 사실은 나도 필요했던 것들까지 주어야 했다. 나는 시간을 주었고 감정을 주었고 집중을 주었다. 주도권을 주었고 관심을 주었고 얼마 갖고 있지 않은 자긍심을 주었다.│126


그러니까, 밥 같은 거다. 너무 많이 먹어도 탈이 나고, 그렇다고 아예 안 먹으면 굶어 죽는 일. 적당히 맛있게, 골고루 먹어야 한다. 사회적인 동물인 우리에게 사랑이랄지 관심이랄지 하는 것들은 밥만큼이나 중요한 걸지도 모른다.│167


누구나 자기가 가지지 못한 것을 부러워하며 산다.│196


오늘은 어제가 될 수 있지만 어제는 오늘이 될 수 없다. 그렇기에 지나간 것들보다는 새롭게 만들어가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230


#혼자이고싶지만외로운건싫어서 #장마음 #스튜디오오드리


사람이라는 동물은 참으로 역설적이지 않은가. 이런 모순이 다 있나 싶을 만큼 이상하고, 그래서 아름답기도 하다. 혼자여도 좋은데 외로운 건 싫다는 뉘앙스의 이 책 제목처럼.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같은 종족인 사람에게 가장 많이 상처받고, 가장 많은 치유를 얻는다. 사람이 싫어 떠났는데 결국 다시 사람 곁으로 돌아오는 것처럼.


사람을 등급 매겨 사귀던 누군가를 좋아하기도 하고(물론 그 실상은 나중에야 알게 됐고), 누구에게나 베풀던 허물없는 호의에 마음 주기도 하고(같은 마음일 거라 지레짐작했고), 때론 마음 줄 사람 없어 매일 같이 보던 이를 좋아하는 감정이라 되뇌며(아무라도 좋으니 좋아하는 감정에 빠져 눈앞의 외로움을 해갈하려) 헛헛한 마음 어딘가를 채우려고 했다. 그럴수록 어긋나고, 허기지고, 공허했다. 좋은 건 순간이고, 빈 느낌은 길게 남아 마음에 쌓여 갔다. 자신의 행복을 다른 이를 통해 얻으려 하니 그럴 수밖에. 그렇다고 혼자인 시간이 마냥 즐겁고 좋기만 했던 건 아니다. 보고 싶은 영화를 보고, 좋아하는 책을 가까이하고, 가고 싶던 곳에 머물고, 먹고 싶은 음식을 먹어 행복한 순간은 어쩐지 허전함을 느끼게 했다. 결국, 누군가와 함께하고 싶다고 원하게 된다. 사람 곁이 힘들어도 사람 곁으로 돌아온다. 혼자의 충만을 느껴본 사람은 함께의 여유를 즐길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지금까지 살아온 소회는 그렇다.


저자는 누군가 지나온 새파란 시절을 보내고 있었다. 멀리서 보면 예쁘기만 한 것 같은데, 들여다보면 똑같이 아프기도 한 새파란 시절을. 이 책의 글이 이렇게까지 어두울 줄은 프롤로그 읽을 땐 미처 알지 못했다. 밝고 소소한 분위기나 어둡지만 피식할 만한 포인트가 있는 글을 좋아하는데 이번 글은 읽을수록 어째서인지 마음이 축축 처지고 글자가 마음 주변에서 겉돌았다(글의 톤이 한 톤이었다면 몰입하기 더 좋았을 것 같다. 누군가에게 말하듯 반말로 묻는 구어체나 갑자기 존댓말로 화자에게 말하는 몇몇 부분에서 멈칫할 수밖에 없어 아쉬웠다). 과거의 한 부분을 들여다본 듯해 반갑긴 하다. 나도 그랬지, 그런 마음이었지 싶다가도 그 감정에만 머물라고 끌어당기는 것 같아 도망치고 싶었다. 마음이 힘들 때는 손을 뻗기가 망설여질 것 같다. 읽는 내내 가쿠타 미쓰요의 《어떻게 사랑한다고 말해》를 읽고 싶었다.


*스튜디오오드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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