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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의 거짓된 삶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20년 9월
평점 :
품절

진짜 어른이 된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고통스럽고 아픈 일
엘레나 페란테는 나폴리 4부작과 나쁜 사랑 3부작으로 유명한 저자라고 한다. 알고는 있었지만 읽지 않았던 그의 작품에 지대한 관심이 생겼다. 바로 이 작품을 읽고 나서. 작품 소개만으로 시선이 묶였다. 그러더니 화사한 듯하면서도 충격적인 표지의 일러스트가 마음을 확실하게 잡아 세워 반드시 읽고 싶었다. 운 좋게 서평단에 선정되어 읽게 되었는데, 감사하는 마음이 크다. 엘레나 페란테 작품에 눈 뜨게 해 주었으니. 성별도 비밀에 부쳐진 작가의 작품은 문체에서조차도 구분해낼 수가 없다. 그래서 더 신비로운 느낌으로, 신선한 느낌으로, 선입견 없이 읽을 수 있었다.
조반나는 올바른 부모님 밑에서 자라던 열세 살 소녀였다. 성적이 떨어지면서 아버지 입에서 나온 말 한마디를 듣기 전까지. 괴물 같은 존재의 빅토리아 고모와 닮아가고 있다는 말. 다른 사람도 아니고 아버지가 증오해 마지않는 인물과 자신이 닮아가고 있다니. 어린 소녀는 여러 밤을 눈물로 보낸 후, 빅토리아 고모를 만나야겠다 결심한다. 빅토리아를 만나고 조반나는 어떤지 몰랐어도 될 세상을 알아버린다. 거짓과 위선 위에 세워진 어른들을 보며 조반나는 조금씩 어른이 되어 간다.
그 과정이 썩 유쾌하지 않은 건 어른이라는 존재 본연이 유쾌하지 않기 때문 아닐까. 어른이라고 칭하기 애매하지만 나이는 어른인 스스로도 어른이 참 어렵다. 마음이 시키는 것과는 다르게 행동해야 할 때도 있다. 마음에 없는 말을 해야 할 때도 있다. 솔직과는 거리가 멀어지면서 계속 이렇게 살아야 되는 건가, 하고 공허를 느낄 때도 있다. 조반나의 성장 과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은 듯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어린 시절의 ‘나’와 마주하는 순간이 온다. 가끔은 이해가 안 될 만큼 무모하게, 가끔은 노골적으로 욕망하면서 어린 소녀는 어른이 되어 간다.
“사랑에 빠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랑받지 못할까봐 두려워하는 법이야.” -327쪽
어린아이가 어른으로 성장한다는 건 생각보다 더 고통스럽고 아픈 일일지 모른다. 누구든 ‘처음’의 쓰라림과는 또 다른 이름으로 그렇게 어른이 되어 간다. 마지막까지 저주처럼 등장하는 ‘팔찌’를 좀체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쌀쌀한 이 계절에 아주 잘 어울리는 아픈맛이었다.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무료 제공받아 작성하는 서평입니다. 진심을 담은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