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빛나는 순간
파울로 코엘료 지음, 윤예지 그림, 박태옥 옮김 / 자음과모음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느 날부터인가 나보다 다른 사람 생각하는 일에 더 애를 썼다.


언제부터였을까.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 보니 ‘나’를 잃은 내가 보였다.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모습으로 웃고 있는 내가,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사람 하나 없는 내가, 어떻게든 눈 밖에 나지 않으려 상냥한 척 친절한 척 배려 넘치는 척하는 내가 보였다. 행복하지 않았던 것 같다. 행복한 척했는데 사실은 누구보다 슬프고 힘들었던 것 같다. 그 당시에는 몰랐다. 지나고 보니 그런 내가 보였다. 무얼 위해, 누굴 위해 그렇게 애를 썼던 걸까. 내가 ‘나’를 위해 살아오긴 했나 싶게 나를 잃었던 적이 있었다.


이 작품을 보면서 그때의 어린 청춘 하나가 눈에 밟혔다. 그때는 ‘나’의 소중함을 모르고 살았다. 누구도 알려 주지 않아서 몰랐다. 나조차도 내가 소중하다고 생각하지 못하고 살았다. 나를 사랑해야 다른 사람도 사랑할 수 있다는 걸 그때는 정말이지 티클 만큼도 알지 못했다. 좀 더 일찍 알았다면 어땠을까. 지금보다 더 행복했을까?


그건 또 아닌 것 같다는 말씀. 그 퍽퍽한 시간이 있어 지금 더 빛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소중한 이가 나를 아껴 주고 사랑해 주는 마음처럼, 나를 안아 주고 사랑해 주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이제는 안다. 그 마음이 더 타오를 수 있게 도와준 파울로 코엘료의 따스하고 단호한 말들.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그의 글 중에 《연금술사》가 가장 유명하다지만 가슴에 닿은 첫 글은 이 작품이다.

1장에서는 나를, 2장에서는 오늘을, 3장에서는 우리를, 4장에서는 순간을 되짚어 보았다. 간결하지만 힘이 있는 말들에 포근히 위로받기도 하고, 마음 깊이 공감하기도 했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새로운 그림이 글과 어우러져 나타나는데 빨리 읽고 싶지 않았다. 좀 더 아껴 읽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한 글자, 한 문장 꼭꼭 씹어 마음에 담고 싶었던 것 같다. 시간이 흘러도 잊히지 않도록 자주 꺼내 읽고 싶은 책이다.

나를 잃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 오늘이 막막해 주저앉고 싶은 사람, 사랑을 있는 그대로 하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사람, 지금 당장 치유의 온기가 필요한 사람. 그 모두가 《내가 빛나는 순간》을 만나길 바란다. 스스로가 소중해지면 곁에 있는 사람도 소중해진다. 스스로를 사랑하면 다른 사람도 사랑하게 된다. 나를 잃지 않으면 내가 빛나는 순간은 언제까지고 계속된다. 부디 먼저 사랑하는 사람일 수 있기를.




* 자음과모음에서 도서 증정받아 작성하는 서평입니다. 진심을 담은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