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숲 현대문학 가가 형사 시리즈 개정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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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빛 미스터리에 이토록 절절한 사랑이라니!


어떤 미스터리 작품에서도 이런 낭만을 느낀 적이 없다. 가가 형사 시리즈 첫 번째 《졸업》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라 훨씬 읽기 수월했다. 뭔가에 빨려들듯 몰입했다. 마음의 움직임도 생각 그 이상으로 다가왔다. 역시 어른의 사랑은 다른 건가 싶었다.


이번엔 발레리나가 한 남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다카야나기 발레단’의 발레리나 사이토 하루코는 정당방위를 주장한다. 발레단에 소속된 아사오카 미오는 연출가인 가지타 야스나리에게 하루코가 사람을 죽였다는 다급한 연락을 받는다. 이명과 함께 찾아온 불행. 거기서 그치지 않고 연이어 가지타가 누군가에 의해 살해되고, 한 번도 연습에 빠진 적 없는 발레리나 모리이 야스코는 갑자기 모습을 감춘다. 세 사건은 연결되어 있는가? 대체 누가 어떤 목적으로 발레단 사람들을 노리는가? 예측이 쉽지 않은 반전이라 더 각인된 것 같다. 진실에 닿으면, 누구라도 탄식하게 되리라.


특히, 가가가 미오를 대하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가가 형사 시리즈 중 가장 로맨틱한 추리소설로 손꼽히는 이유를 가감 없이 알 수 있었다. 누군가는 목숨을 잃은 상황에서 이토록 사랑의 기운이 충만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단내가 폴폴 났다. 《용의자 X의 헌신》이나 《성녀의 구제》만큼 절절한 느낌은 아니지만 찡하게 울리는 마음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저 형사, 아까 갑자기 뛰어들었어. 생각나?”
“뛰어들어요?”라고 미오는 되물었다.
“네가 쓰러지려는 순간에 바로 옆에 있던 사람보다 더 빨리 뛰어왔다니까. 아마 밖에서 미오가 춤추는 걸 내내 지켜봤던가 봐.” -138쪽


가가는 웃음을 짓고, 그러다가 딸기를 들고 온 게 생각나서 그녀에게 내밀었다. “이거 먹어봐요. 꽤 맛있을 거 같던데.” -343쪽


감정을 실은 말보다 담담한 어조에 진심이 느껴진다. 선명하고 분명하게 진실에 가닿는다. 이것이 저자의 문체다. 다시 만나고 싶었던, 다시 읽고 싶었던 사랑했던 문체인 것이다.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에 다시 빠져들 수 있도록 만들어 준 이 작품, 추천하지 않을 수 없다. 핏빛으로 가득한 미스추는 진 빠져서 보기 힘든 분들께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단숨에 읽어지는 페이지터너.


가가 교이치로가 형사가 된 분명한 이유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어쩌다 가가는 교사에서 형사로 전직했을까. 다음 세 번째 이야기 《악의》에서는 밝혀지려나. 기대를 역시나 품게 되는 시리즈가 아닌가. 가가, 얼른 또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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