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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샤를로테 링크 지음, 강명순 옮김 / 밝은세상 / 2020년 5월
평점 :

아무나 믿으면 안 된다. 그게 남자든 여자든!
2013년 11월에 실종된 열네 살 소녀, 한나 캐스웰. 2016년 12월에 실종돼 1년 후 사체로 발견된 열네 살 소녀, 사스키아 모리스. 그리고 2017년 11월에 사라진 맨디 알라드. 대체 이 소녀들에게 무슨 일이 닥친 걸까. 왜 열네 살 소녀들만 사라지는가. ‘고원지대 살인마’는 대체 어떤 인물인가. 의구심이 끝없이 피어올랐다. 뭔가 스릴러의 참맛 같았달까. 현재 시점과 범인 시점이 교차해 진행된 덕분에 긴장감 가득한 연출이 소름 끼치게 적절했다.
요즘 여자아이들은 남자들을 닮아간다. 입에 담배를 꼬나물고, 코에 피어싱을 하고, 발에 꼴사나운 구두를 신는다. 도무지 여자아이들의 심리를 이해할 수가 없다. -309, 310쪽
스릴러 오랜만에 읽어서인지 무척 집중했던 것 같다. 열네 살 소녀들만 데려간 저 정신 나간 인간의 정체를 알고 싶어 졸려도 읽고, 새벽에 깨서도 읽었다. 그랬던 것치고는 속도가 거북이었지만 덕분에 진득하니 빠질 수 있었다. 세 소녀의 실종은 연관되어 있을까? 왜 꼭 열네 살 여자아이만 사라진 걸까? 범인은 하나일까? 이 세 가지 물음에 답을 찾고자 했다. 읽을 분량이 줄어들수록 예측 또한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다. 이야기 자체의 반전도 괜찮았다. 조금 더 충격적인 결말일 줄 알았는데 생각했던 것보다는 잔잔했다. 그래서 더 좋았다. 다음을 기약하는 이런 결말, 사심 담아 너무 좋다.
“솔직히 자네 혼자서 이 집에서 쓸쓸하게 크리스마스 휴가를 보낸다고 생각하면 나까지 기분이 우울해져. 그날 아침에 우리 집에 와서 나랑 함께 시간을 보내는 건 어떤가? 함께 해변을 산책하고 나서 아침 식사도 하고, 선물도 교환하고, 이야기도 나누고…….” -589쪽
수사를 책임지고 있는 스카보로 경찰서 케일럽 헤일 반장과 런던경찰국 케이트 린빌 경사의 호흡이 생각 외로 너무 멋졌다. 호흡이 멋지기가 어디 쉬운가? 이 두 사람은 만나면 멋진 분위기를 자아낸다. 눈에 확 들어오는 미인은 아닐지라도 남다른 직감으로 수사에 임하고 때론 진정한 사랑을 찾는 모습이 소녀 같은 여린 모습의 케이트. 무심한 듯하지만 한 번 꽂히면 열정을 갖고 파고드는 집념의 케일럽. 두 사람의 다음 이야기도 기다려지는 걸 막을 수 없다. 좀 더 빨리 보고 싶은 마음도 든다. 이 작품 전작인 《속임수》에서의 두 사람 호흡도 궁금해 읽을 예정.
* 밝은세상에서 도서 증정받아 작성하는 서평입니다. 진심을 담은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