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현대문학 가가 형사 시리즈 개정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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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의 구제》 이후로 저자의 작품을 한동안 멀리했다. 비슷한 전개와 예측 가능한 결말에 조금은 마음이 시들해진 것이다. 새롭고 더 자극적인 작품들을 접하다보니 다시 저자의 작품이 보고 싶어졌다. 리딩투데이를 통해 함께 읽는 시리즈 도서를 알게 됐고, 10여 년 만에 저자의 작품을 다시 읽게 되었다. 감회가 새롭다면 새로웠다. 기대가 커서 그랬는지 아쉬움이라는 감정도 막을 수 없었다. 《성녀의 구제》를 통해 느꼈던 완성도 높은 이야기와 여운이 《졸업》에서는 그보다 약하게 느껴져 아쉬울 따름이다.

가가 교이치로가 등장하는 작품을 접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풋풋한 대학생 시절의 가가부터 만나 다행이다 싶었다. 어른 가가 교이치로도 기대되지만 아직 여물지 않은 새싹 가가를 먼저 만나고 싶었다. 가가는 고교시절부터 함께 하던 친구들이 있다. 사토코, 나미카, 쇼코, 도도, 하나에, 와코. 대학시절 내내 함께 한 친구들. 그 중 한 명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이들의 청춘도 함께 일렁이기 시작한다. 자살인지, 타살인지 진실에 닿으려는 추적 도중 친구 한 명이 설월화 다도 의식 중 또 희생되고 만다. 소중한 친구들의 목숨을 앗아간 자, 대체 누구란 말인가.

사람의 목숨보다 더 소중히 지켜야 될 명분이란 대체 무엇일까. 사람은 어디까지 약해지고, 어디까지 악해질 수 있는 걸까. 모든 이야기 끝에 찾아오는 씁쓸함이 떫은 차를 마시고 난 뒷맛 같았다. 모든 걸 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가 되어 있었다. 누군가를 믿을 때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 걸까. 보이는 전부가 전부가 아님을 어떻게 알아차려야 하는 걸까.

누구보다 친한 친구들인데 왜 일이 이렇게 되어버렸을까, 라는 생각이 그녀의 의식을 혼란에 빠뜨렸다. -397쪽

가가 교이치로의 첫 등장. 중반부터 예리하게 빛난다. 사토코와 나미카가 초반 분위기를 휘어잡아서 그 둘이 주인공 같기도 했다. 찰떡호흡 여성콤비 같았달까. 다음을 기약할 순 없지겠지만. 가가의 활약은 다음을 조금 더 기대해 보는 걸로! 형사가 되지 않겠다던 가가는 어떻게 형사가 되어 활약하게 되는 걸까. 가가 형사 시리즈 두 번째 《잠자는 숲》에서 그 전모가 밝혀지려나. 기대를 내려놓고 싶은데 자꾸 하게 된다. 어쩔 수 없는 조건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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