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나 쇼팽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3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제까지나 당신 가슴에 울릴

 

선명한 녹색 연기가 피어나는 표지. 이전 시리즈 두 권만큼이나 강렬한 원색이라 눈이 부실 정도다. 초록이 무성해지는 계절, 또다시 가슴 울리는 피아노 소리가 찾아왔다. 드뷔시, 라흐마니노프에 이어 이번엔 쇼팽이다. 리딩투데이를 통해 운 좋게 서평단에 당첨되어 감사하게도 출간되자마자 읽을 수 있었다.

 

한국의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우승한 쇼팽 콩쿠르.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의 세 번째 무대이기도 하다. 에튀드, 녹턴, 스케르초, 발라드, 환상곡 그리고 협주곡까지. 쇼팽이 만든 소리를 하나하나 찾아 듣는 일이 전혀 귀찮지 않았다. 오히려 음악과 같이 읽지 않으면 감흥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더 곤혹스러웠다. 일하는 틈틈이, 휴식시간 짬짬이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며 미사키 요스케와 함께 했다. 그 시간이 기꺼이 즐겁고 황홀해 마지않았다. 클래식에 무지한 사람이라도 퐁당 빠질 수밖에 없다.

 

일본뿐만 아니라 폴란드까지 넓혀진 작품 세계가 한층 더 풍성하고 다채로워진 느낌이다. ‘폴란드의 쇼팽’만을 추구하며 어릴 때부터 아버지, 비톨트의 영향으로 피아노만 바라보고 자란 얀 스테판스. 쇼팽 콩쿠르의 유력한 우승 후보 중 한 명이다. 그에겐 유능한 스승, 키민스키가 있다. 쇼팽 콩쿠르의 심사위원장인 그는 얀에게 주목해야 될 두 명의 인물을 언급한다. 하나는 미사키 요스케. 다른 하나는 사카키바 류헤이. 둘 다 정석에서 벗어나지 않을 거라 예상했던 얀은 그들의 연주를 듣고 크게 흔들린다. 그간 쌓아 왔던 모든 것이 송두리째 흩어질 만큼 거센 충격으로 다가온 두 사람의 파아니즘.

 

다른 사람의 연주에 이토록 휘둘릴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사카키바 때는 그래도 그만의 독특한 개성을 헤아릴 여유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조차 불가능하다. 음을 그대로 머릿속에 집어넣어 처리하는 사카키바와 달리 미사키는 나와 똑같이 악보를 읽고 음을 기호로 변환해 곡을 이해하고 있을 터다. 그런데도 나와는 크나큰 역량 차이가 있다. -227쪽

 

그리고 갑작스레 발생하는 사건과 뜻하지 않은 사고. 정신을 차릴 수 없이 몰아치는 전개에 숨조차 크게 쉬지 못하고 따라갔다. 어느새 숨죽인 채 결말을 유추하고 있었다. 한 가지 아쉬웠던 건 이번 세 번째 작품은 예측 가능한 결말이었다는 것이다. 이전 두 작품은 결말을 전혀 예측하지 못해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이번엔 두 가지를 예상했는데 그 두 가지 모두 예상과 틀림없이 맞아떨어져 약간은 힘이 빠졌다. 감동과 소리는 풍성했다. 하지만 예상된 결말이 못내 아쉬웠다.

 

그래도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는 끝까지 기대될 것 같다. 《어디선가 베토벤》, 《다시 한번 베토벤》은 미사키 요스케의 과거를 다룬다고 하니 목 빠지게 기다려질 수밖에. 가뭄에 단비처럼 등장하는 미사키가 아니라 계속 볼 수 있고, 그에게 집중할 수 있는 다음 작품이 나오길 손꼽아 기원해 본다. 멋있는 미사키 잠깐 보는 건 너무 아쉬우니까.

 

미스터리 입문자라면 당연히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부터 섭렵해야 한다. 속도감 있는 문체와 유려한 음악 표현 덕분에 페이지가 술술 넘어가는 마법을 눈앞에서 목격할 수 있다. 책장이 빨리 넘어가면 읽는 재미를 알게 된다. 또한 ‘반전’하면 나카야마 시치리 아닌가. 고민할 이유가 없다. 저자는 지금 살아가는 세태를 작품에 녹여, 결코 가볍게만 즐길 수 없는 작품을 만들어 낸다. 그 능력이 가히 감탄할 만하다. 망설이는 그대, 어서 오라. 당신 가슴에 잊히지 않을 선율이 흐르게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