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에 걸친 신부 - 그대가 눈을 뜨면
나카하라 히사시.나카하라 마이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19년 5월
평점 :
품절


흔들리지 않은 기다림의 기적


소중한 사람을 병마에게 빼앗긴 아주 슬픈 경험이 있다. 한동안 누가 아프다고 하는 소리도 듣기 싫고, 누가 아파 죽는 글은 더더욱 보기 싫었다. 볼 수가 없었다. 아픈 기억이 겹치면서 다시 아파지는 일이, 보고 싶은데 볼 수 없다는 차가운 현실이 생각 이상으로 끔찍했기 때문이다.


거의 20년 정도 지나니 병과 아픔, 죽음에 대해 조금이나마 담담해질 수 있었다. 가끔은 담담함을 넘어 관심이 생기기도 했다. 조금씩 주위에 소중한 사람을 잃어가는 이들이 많아졌다. 그런 상황이 늘어날수록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사무치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사람은 누구나 한 번은 죽는다. 1년 후, 10년 후, 내일, 어쩌면 오늘일지도 모른다.


여기,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온 사람이 있다. 그 기적과도 같은 일은 누구 한 사람 덕분에 이뤄지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모여 이루어진 기적이었다.

결혼을 앞두고 있던 예비신부, 마이가 갑자기 쓰러진다. 원인도 병명도 모른 채 4개월을 보내고 드디어 병명을 알아냈다 싶었는데 생전 듣도 보도 못한 희귀질환임이 밝혀진다. 항NMDA수용체뇌염. 100만 명 중 0.33명 정도 발병하는 병이 마이에게 찾아온 것이다.


‘왜 그런 숫자 속에 마이가 끼어야 하는데!’

‘왜 마이어야 하냐고?’

그런 생각에 너무 억울해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15쪽


히사시와 같은 생각을 아주 오래 전에 했던 적이 있다. 왜 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그런 몹쓸 병이! 왜, 왜, 왜! 어디에도 닿지 않는 외침 같아 더 절망스러웠다. 신에게 빌어도 영 닿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히사시에게는 희망이 있었다. 마이가 다시 자신의 곁으로 돌아올 거라는 희망.


마이의 병은 종양에 대한 항체가 생기고 항체가 오인해 뇌를 공격한 것이 원인이라 했다. 난소에 생긴 종양을 제거하고 반년쯤 지나면 개선을 보이기 시작하고, 7년쯤 지나면 거의 쾌유에 가깝게 회복된다는 진단을 받는다. 그 소식에 두 사람(히사시와 마이) 가족들은 충격 받기보다 오히려 기뻐했다고 한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마이는 살아난다! 는 희망이 생긴 것. 그렇게 8년 간의 긴 기다림이 시작된다.

종양 제거 후, 마이는 의식을 되찾았으나 히사시가 아는 마이로는 돌아오지 않았다. 어린 아이에서부터 다시 시작된 마이. 수많은 과정을 견뎌내고 재활에도 필사의 힘을 다한 끝에 마침내 쓰러지기 전 모습에 이르기까지 회복했다. 모두의 곁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곁엔 언제나 히사시와 가족들이 함께였다. 그랬기에 찾아올 수 있던 기적이고, 누군가 그토록 원한 내일을 맞이할 수 있던 것이리라.


마이를 기다린 것은 제 뜻이었습니다. 그것은 마이를 사랑하기로 결심했던 것과 완전히 똑같은 의미입니다. -125쪽


이런 사람과 사랑을 한 마이는 얼마나 축복 받은 사람인가. 특별한 일이 아니라 당연한 일이었다는 기다림.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지켜낸 사랑이고 사람이기에 더욱 소중할 터. 마이 또한 히사시가 아니면 안 되었던 거 아닐까.


제게는 이제 이 사람밖에 없어요. 다른 사람과의 결혼은 생각할 수 없습니다. -139쪽


서로가 서로에게 이토록 다정하고 애정 어리니 서로 사랑할밖에. 이들처럼 힘들고 어려운 사랑을 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이들과 같이 다정하고 애정 어린 사랑을 하고 싶다. 지금, 그런 사랑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내 곁에 있는 내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들과 보내는 무사하고 평안한 날들이 누군가에게는 얼마나 간절한 바람이었는지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던 아주 고마운 작품이다.


8년에 걸친 결혼식 올리는 영상을 봤을 땐 가슴 깊은 곳부터 뭉클해서 눈시울이 뜨끈해지기까지 했다. 아직 걷는 일이 힘든 마이였지만 버진로드를 제 발로 걷고 싶다 하여 아버지와 어머니께 의지해 기어코 행진까지 해내고 만다. 그런 의지가 있었기에 그녀는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 새 생명까지 찾아온 그들의 ‘앞으로’가 더욱 평안하고 행복하길 바랄 뿐이다.​


흔들리지 않고 간절히 원할 때 기적은 곁에 와 있다. 그 기적을 만들어낸 건 신이 아니라 오로지 간절히 바랐던 자들이 만들어낸 희망이다. 곁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느끼고 싶을 때, 조용히 책장에서 꺼내 펼쳐 읽지 않을까 싶다.




*소미미디어에서 도서 지원 받아 작성하는 서평입니다. 주관적이고 솔직한 생각만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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