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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 스트라이크 ㅣ 창비청소년문학 88
구병모 지음 / 창비 / 2019년 3월
평점 :
사람에 대한 사랑은 다르지 않음을
자신과 다름을 알고,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사람은 자신과 다르면 우선 경계하고 두려워한다. 그리고 자신보다 약하거나 일정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열등하게 여긴다. 함부로 대하고, 짓밟으려 하고, 상처를 준다. 사람이라서 그럴 수밖에 없다지만 가혹하지 않은가. 똑같이 행복하게 살아갈 존재 아니던가.
여기, 우리와 다르지 않지만 다른 존재가 있다. 한 번쯤은 생각해 봤던 존재일 것이다. 천사로 비유되는 모습과 같은 익인(翼人), 날개가 달린 사람 말이다. 허나, 이들은 우리와 다르지 않은 사람이다. 사람, 말이다.
비오는 도시인과 익인 사이에서 태어났다. 날개가 보편적인 익인보다 작게 태어난 게 특징이다. 온몸을 감쌀 만큼 커다란 날개를 가진 동생들과 아버지와 어머니와는 다르게 비오의 날개는 그 크기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그래도 다친 생명들을 제 힘으로 회복시켜 주려 하는 인정이 넘치는 소년이다. 하지만 그 마음에 미치지 못하는 능력 때문에 괴로워한다.
“이 아이는 이렇게나 작은데, 내 날개는 그보다 더 작아서, 감싸 줄 수도 낫게 해 줄 수도 없어요.” -10쪽
…… 그냥 그대로 꼭 안아 주면 돼. 너의 두 팔로, 너의 가슴에. -11쪽
비오의 아버지, 다니오는 제 피가 흐르지 않는 아들에게도 저토록 따뜻했다. 아내를 잃은 슬픔을 갖고 있지만 도시인의 아이를 임신한 익인, 시와를 품어 새로운 가정을 이뤄냈다. 비오 다음으로 시와와의 사이에서도 아이 둘을 더 낳는다. 그런 그가 어느 날, 사라진다. 그의 행적을 찾기 위해 익인들과 함께 시청 청사를 습격한 비오(익인들의 목적은 다니오를 찾는 게 아니었지만 비오의 목적은 그것이었다고 생각한다). 부상을 입고 인질로 잡혀 병사 하나에게 괴롭힘 당하던 그때, 루가 나타난다. 루는 도시인이지만 시청 안에서 외롭게 지내는 존재이다. 익인을 향한 호기심에 나섰다가 비오에게 잡혀 익인 마을에까지 도달하게 된다. 익인들과 지내며 루는 지금까지 느꼈던 감정 말고도 많은 감정을 알게 된다.
“가혹한 일이지요. 우리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이행식이란, 그날 당장이 아니더라도 조만간 혼인이 있을 것을 염두에 두는 의식입니다. 비오가 혼인을 해선 안 되는 이유는 대강 알고 계실 테지요. 안됐지만 그런 겁니다.” -106쪽
“세상에 왔는데, 좋아서 태어난 게 아닌데 어떻게 그럴 수 있지요? 그게 당신들의 초원조가 말하는 연결과 포용인가요. 비오와 같은 아이를 품지 못할 만큼, 초원조의 날개는 그렇게 작은가요.” -107쪽
누군가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기도 하고 다름에 대한 무게에 대해 생각해 보기도 한다. 그렇게 미숙하고 덜 자란 마음들이 강해지고 성장한다.
이런 독특한 세계관을 다룬 작품은 오랜만이었다.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에는 별 관심이 동하지 않지만 이 작품은 달랐다. 세계관은 말이 안 되는데 그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나 갈등, 풍습, 인식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성장소설’이라 하면 좋을 것 같았다. 다 읽고 나서 마음이 조금은 자라난 것 같았으니까.
있는 사람들은 더 많은 걸 갖고 싶어 남에게서 얻으려 한다. 그걸 얻기 위해 어떤 존재는 생명을 잃어야 하는데도 말이다. 사람은 그토록 잔혹해지기도 한다. 그래서 더 슬플 때도 있다.
자신의 생각이 옳으면 그게 누구 앞이라도 하고야 마는 루도 참을 줄 알았다. 그러다 비오에게 자신의 진심을 털어 놓게 된다. 그만큼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게 아닐까. 진심을 쏟아낼 수 있을 만큼 소중한 사람이 된 게 아닐까. 이때는 알지 못 했더라도. 루는 다시 도시로 돌아가려 비오와 함께 날게 된다. 그러다 예상치 못한 유영기의 공격을 받고 비오와 루, 둘 다 큰 부상을 입고 만다. 위기의 순간, 비오는 아버지의 말을 떠올린다. 그리고 루를 꼭 안아 준다. 체온이라도 나눠 주기 위해. 루에게 뭐든 전해 주기 위해. 비오 덕분에 목숨을 건진 루는 우여곡절 끝에 도시로 돌아간다. 돌아가 다시 날기 위해 떠나려 한다.
그러나 한 가지만은 분명하다. 다만 이 순간 그를 만나고 싶다. -299쪽
네가 어디 있건, 어디서 날고 있든 간에 기다려 줘. 지금 곧 거기로 갈게. -299쪽
루와 비오 뿐만 아니라 이 글을 읽은 사람도 성장하지 않았을까.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가는 감정. 그 어떤 역경이 있다 해도 사람은 사람의 도움으로 이겨낼 수 있고 결국, 성장하게 된다. 아주 오래 전 읽었던 우오즈미 시리즈가 생각났다. 조금 특별한 두 사람 이야기지만 성장하는 이야기라는 면에서는 아주 비슷하고 닮았다. 두 사람은 결국 만났을까? 만났기를, 결국엔.
장르가 어떻든 사람에 대한 사랑은 다르지 않음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덤덤한 것 같아도 따뜻하고, 아주 친절하지는 않지만 소중한 걸 놓치지 않는 글이다.
*창비에서 도서 무료 제공받아 작성하는 서평입니다. 주관적이고 솔직한 생각만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