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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 - 남자 없는 출생
앤젤라 채드윅 지음, 이수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3월
평점 :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가
남자 없는 출생. 이 글은 처음부터 아주 파격적이고 논란이 될 화제로 시작된다. ‘난자 대 난자’ 수정을 통해 소수자 즉, 동성연애자도 정자 기증 없이 임신할 수 있게 되는 사회가 열린다.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고, 닿고, 기대다 보면 자연스럽게 임신과 출산을 그려 보게 된다. 로지 루이스 바컴(31세) 또한 사랑하는 애인, 줄리엣 커티스(34세)의 아이를 갖고 싶어 했다. 둘은 평범하게 만나 서로에게 끌렸고, 연인으로 발전해 만남을 이어가던 커플이었다. 보통의 다른 연인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들은 같은 성염색체를 가진 동성이었다. 즉, 아이를 가지려면 정자 기증 밖에 길이 없었다. 그런 그들 앞에 희망 같은 수가 생긴 것이다.
작품은 줄스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초반에는 사랑하는 애인이 자신의 아기를 가질 수 있다는 호기심과 설렘에 크게 매료된다. 그러나 그 설렘도 오래 가지 못 했다. 사람들의 걱정 어린 시선과 적대적인 눈빛, 거기서 더 나아가 폭력적이기까지 한 행태와 시위까지. 정신을 차릴 수 없게 둘을 몰아붙여 댄다.
점점 지쳐가는 줄스와 로지. 줄스는 보편적이라면 모성을 느껴야 하는데 임신을 한 건 아니라 그런지 큰 감흥을 느끼지 못 하고 기쁜 척, 감격스러운 척 연기를 한다. 그 모습에서 비단 그녀만 그런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나토 가나에의 《모성》이라는 작품에서도 어머니가 자식에게 느끼는 애틋한 감정 즉, 모성을 다뤘다. 여기서의 모성은 줄스가 느끼는 모성과는 성격이 조금 다를 수도 있지만 이 글을 읽는 내내 미나토 가나에의 모성이 떠올랐다.
모성이라는 감정은 본능적인 것일까, 학습된 것일까. 어렵고 복잡한 감정이다. 아직 아이를 가져 본 적 없는 독자 입장에선 더더욱 어려웠다. 로지 배 속에서 자라는 아이에게 줄스가 모성이라 불리는 감정을 전율처럼 느끼지 못한 건 이해가 되기도 했다. 직접 자신의 배 속에 품고 있는 게 아니니 더더욱 와 닿지 않았을 것이다. 모성이란 무엇이다, 라고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줄스는 자신의 아이를 가진 여자와 아이 둘 다 지켜야 할 묵직한 책임감을 안고 있었다. 기자인 그녀는 직장 상사로부터 온갖 괴로운 일을 당하면서도 끝까지 그들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 한다. 뿐만 아니라 로지가 아이에게 느끼는 감정을 느껴 보기 위해서도 끝까지 노력한다. 그런데도 어째서인지 줄스와 로지 사이에 검은 그림자가 계속해서 맴돈다.
쓰러질 것 같은 그들에게 자꾸만 시련이 주어질 땐 보는 것조차 지쳐서 읽는데 애 좀 먹었다. 차분한 어조로 조목조목 탄탄해서 지루할 틈은 없었다. 다만 두 사람이 처한 상황과 분노가 치미는 현실 앞에 함께 지쳤다. 난난 수정으로 태어날 여자아이들 때문에 세상에서 남자가 사라질 것 같다니. 지금 현재 아들을 둔 어머니는 그 말에 공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새로운 시도는 언제나 위협적으로 다가오곤 했으니까. 허나 그런 일이 일어나기엔 난자 대 난자 수정이 자연임신을 하는 사람들보다 많은 것도 아닌데, 이름 모를 병이 걸린 것도 아닌데! 그들은 왜 그렇게 분노해야 했을까. 터무니없는 의견을 내세워 SNS에 자랑하듯 떠드는 남자도 있다. 모두들 너무 과장되게 생각하고 극단적인 행동까지 서슴지 않았다. 다수가 개인을 공격하는 일. 얼마나 비통하고 억울하고, 슬픈 일인가.
작품 해설까지 읽고 나서야 ‘아, 이 알찬 책을 끝까지 볼 수 있어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페미니즘에 대해서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러나 무턱대로 소수자들을 배척하고 모함하고 욕보이게 하는 태도는 분명 고쳐야 한다. 가치관이 맞지 않아 이해하기 어렵다 해도 그들을 비난할 자격을 누구도 갖지 않았으니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난자 대 난자 수정이라고? 뭔데 이렇게 당당하지? 하는 의문이 생긴 분들은 꼭 이 작품에 접근해 보길 바란다. 진정한 행복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 싶은 분들께도 감히 추천한다.
마침표가 찍히니 아쉬운 마음이 큰 작품이라. 더 행복한 모습도 많이 보고 싶었는데. 저자의 차기작도 이처럼 아쉬움이 커 자꾸 생각나는 글이길 소소하게 바라 본다.
*한스미디어에서 도서 지원 받아 작성하는 서평입니다. 주관적이고 솔직한 생각만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