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24
김유철 지음 / 네오픽션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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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해나는 없기를


처음엔 마이스터고가 소설 소재로 등장해 흥미로웠다. 직장 근처에 있는 마이스터고 때문이었을까. 흔하게 다루지 않는 소재여서 더 그랬던 것 같다. 거기다 피해자로 조사 받고 있는 재석이 영 석연치 않았다. 범인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이야기의 끝을 알고 싶었고, 서평 신청을 하게 되었다.


230여 쪽으로 다소 짧다고 느껴졌다. 아니나 다를까. 책을 받자마자 읽기 시작해서 이튿날 정독을 끝냈다. 올해 들어 가장 빨리 읽고, 가장 몰입해 읽은 작품이다. 한국 작가가 쓴 추리소설은 처음 접해 봤다. 일본, 미국, 노르웨이 등 해외 작가들이 쓴 추리소설이나 스릴러 미스터리소설만 읽다 우리나라 사람이 쓴 추리소설을 보니 새로웠다. 이렇게나 호소력 있는 글을 쓰는 작가가 있었나 하고 놀랐을 정도로.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몇 해 전, 좋은 평을 받았던 중편소설 「국선 변호사, 그해 여름」의 주인공 ‘김’에게 해나 사건을 맡기기로 결심했다. ‘사회파 추리소설에 나타난 한국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라는 논문 주제에 맞춰 중편으로 쓸 예정이었지만 이야기의 구성과 플롯이 처음 분량과 달리 전체적으로 길어져 버렸다. 논문으로 발표하는 대신 단행본으로 출간 결심을 한 이유다.


논문이었던 글을 ‘해나’라는 가상인물을 통해 단행본 작업을 한 저자가 대단하다 생각됐다. 저자는 현재 한국 사회의 이중적이고 타산적인 면모를 여실히 작품에 담아내고 있다. 읽는 내내 마음 아프면서도 화가 났던 이유이기도 하다. ‘해나’는 마이스터고를 다니며 어머니와 두 남동생과 살아가는 어린 가장이었다. 마이스터고를 진학한 이유도 빨리 돈을 벌고 싶었기 때문이라는 걸 알았을 때 세상이 참 염증 났다. 돈 때문에 꿈이 있어도 그 꿈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는 현실이 숨 막히고 답답했다. 해나가 원하던 건 취업이 아니었다. 하지만 가정형편이 넉넉하지 못했고 돈을 벌어야만 했다. 그 모진 콜센터에서 일하면서도 힘들다 한 마디 안 하면서, 혼자 모든 고통을 감내하면서.


그 아이를 차가운 저수지 속으로 몰았던 건 어느 한 사람이 아니었다. 적어도 그렇게 생각하는 게 현실적인 시선인 것 같다. 대기업 협력업체의 콜센터에서 정식 근무시간 이외에도 잔업이나 야근을 하면서까지 실적에 매달려야 하는 현실이, 담임의 눈치에 가혹한 내쳐짐까지 혼자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을 그 가슴이 안쓰러워 미치겠다.


이 작품을 읽고 곧바로 <바닷마을 다이어리>라는 작품을 읽었다. 번역판이 8권까지라 거기까지 봤는데 이런 말이 나온다. 어머니가 다른 언니들과 사는 ‘스즈’에게 주변 어른들은 하나 같이 입을 모아 말한다. “힘들거나 어려울 땐 어른들에게 꼭 이야기해야 한다”고. “어른들은 내 아이가 아니라도 아이라면 지켜 주어야 한다”고. 스즈를 보면서 해나가 더욱 가엾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너무도 다른 두 아이의 환경에 비통했다가 흐뭇했다가.


결국 마지막까지 작품은 일관되게 말하고 있었다. 세상은 해나의 죽음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왜 그 아이가 죽어야 했는지, 그 아이가 짊어지고 있던 짐이 얼마나 컸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게 참 씁쓸하고 처참했다. 다시는 해나와 같은 아이가 없었으면 좋겠다. 제발.


후일담이지만 <콜24>를 읽고 난 후, 「국선 변호사, 그해 여름」을 찾아 읽었다. 혹시나 ‘김’의 이름이 나올까 싶어서. 아니나 다를까. 신기하게도 ‘김’의 이름이 나온다. 김유. 그는 두 작품 안에서 일관성 있게 억울한 사람들 편에서 변호했다. 최선을 다해, 할 수 있는 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사무장의 활약도 대단하다.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 줘 지루하지 않게 사건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었다. 바람이 하나 더 있다면, 다음 작품에도 ‘김’이 나왔으면 한다는 거다. 이대로 김유 변호사를 보내기엔 좀 아까운 감이 많으니까. 모래사장에서 부드럽게 다듬어진 유리조각을 발견한 기분이랄까. 저자를 알게 되어 기뻤다.


속도감 있고, 몰입 잘되는 한국 작가의 추리소설을 읽고 싶다 하신다면 감히 추천하겠다. 마지막까지 씁쓸한 맛이 나도 보고 싶다 하시는 분들은 망설이지 말고 읽어 보시길.




*네오픽션에서 도서 무료 제공받아 작성하는 서평입니다. 주관적이고 솔직한 생각만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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