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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론도 ㅣ 스토리콜렉터 70
안드레아스 그루버 지음, 송경은 옮김 / 북로드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진실에 닿을 때까지 끝은 없다
안드레아스 그루버. 저자의 이름은 생소하기 그지없었다. 그간 외국 소설에는 흥미를 갖지 못 했기 때문에! 허나, 피터 스완슨과 T. M. 로건의 작품을 읽으면서 외국 미스터리 소설도 취향에 맞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저자는 독일 작가이다.
물 흐르듯 유연한 가독성과 전개 호흡이 빠른 편이라 지루하지 않게 아니, 오히려 흥미롭게 볼 수 있었다. 어떤 독자들은 밤을 새워 봤을 정도라지만 체력이 저질이라 밤을 새서 읽진 못 했고, 앉은 자리에서 100쪽 이상 단숨에 읽긴 했다. 저자의 치밀하고 덤덤한 서술에 마음이 더 끌렸던 것 같다. 이런 문체 대단히 사랑하고 좋아한다.
저자 이름은 생소했지만 그가 출간한 작품들 제목은 익히 알고 있었다. 워낙 책표지가 예쁘고 제목이 인상적이라. <새까만 머리의 금발 소년>, <지옥이 새겨진 소녀>, <죽음을 사랑한 소년>. <죽음의 론도>가 나오기 전작들로, 마르틴 S. 슈나이더 시리즈라 불린다. 이 작품은 그 시리즈의 최신판인 것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시리즈가 끝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에 오, 하고 감탄했다.
작품의 시작은 긴박했다. 고속도로를 역주행하는 아우디 주인인 남자의 죽음. 이어 철로 위에 차를 세워 죽은 여자, 만찬석상에서 잠시 나와 담배를 태우던 여자의 죽음 그리고 욕실에서 제 턱을 향해 총구를 겨눈 남자까지. 자비네 네메즈가 쫓는 사건들, 거기엔 공통된 점이 있었다. 연달아 죽은 사람들이 연방 범죄수사국의 수사관들이었다는 것! 그들은 어째서 죽어야 했고, 6월 1일의 정체는 무엇일까.
자비네는 그들의 죽음에 마르틴 S. 슈나이더가 연관되어 있다 확신하고 그를 찾아간다. 하지만 그에게서 들을 수 있던 말은 사건에서 손을 떼라는 경고였는데. 사건 조사를 하던 자비네가 갑자기 사라지는 일이 일어났고, 슈나이더가 나서게 된다. 자비네와 슈나이더 콤비도 볼 만했지만(현실적이면서 냉소적인 분위기랄까) 자비네와 티나 콤비 보는 재미도 좋았던 것 같다. 티나는 외적으로 자유분방한 스타일인데 비해 자비네는 단정하고 딱 봐도 수사관 같았기 때문이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의 호흡이 지켜보는 재미를 더했다.
분량이 굉장했던 것에 비해 읽는 내내 흥미로웠다. 눈이 한 번 닿으면 떨어지지 않았으니까. 6월 1일의 정체를 알고 싶어 읽어 나갔고, 진실에 닿았을 땐 씁쓸하면서 후련했던 것 같다. 끝을 본 것 같아서! 자비네가 조사하던 사건과 하디의 이야기가 맞물리면서 모든 사건이 해갈될 때 비로소 답답한 마음이 확 풀렸던 것 같다.
전작을 읽지 못해 비교해 볼 수 없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로맨스를 읽을 때와는 다른 맛이 있다. 역시 미스터리나 추리 소설을 볼 때 더 활력이 생김을 느낄 수 있었다. 진실에 닿을 때까지 끝은 없는 것 같다. 조금은 독특하고 이해하기 힘든 슈나이더지만 그가 들려 줄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건 막을 수 없다. 학생들에게 강의할 때의 모습도 멋있지만 사건에 뛰어들어 치열하게 파헤치는 모습 또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다음 이야기도 빠른 시일 안에 나와 주면 좋겠다. 역시 로맨스보단 미스터리 스릴러가 더 취향인지도.
시리즈를 기다렸던 독자들에겐 아주 좋은 선물이 될 이번 작품. 역시나 책표지가 인상적이라 한 번 더 시선을 끌 것 같다. 색다른 수사관들이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은 분들이 이 작품을 선택했다면 후회 없을 거라 말해 주고 싶다. 일단 읽으시길. 끝까지 읽지 않고는 자꾸 생각날 테니까.
*북로드에서 가제본 도서 무료 제공받아 작성하는 서평입니다. 진심을 담은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