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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하는 작가는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1
사와무라 미카게 지음, 김미림 옮김 / artePOP(아르테팝) / 2018년 11월
평점 :

美人은 촌철살인적이다
11월 14일 출간 예정이었던 이 작품은 라이트 노벨이다. 라노벨은 대학교 1학년 이후 처음 읽는 거라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소개 글에서는 일반 소설인 줄 알고 서평단 신청했던 건데 당첨되고 도서를 받아 보니 라노벨이라 조금 놀랐다. 라이트 노벨이라고 하지 않아도 충분히 매력적인 작품이었을 것 같다.
아사히 세나(세나 아사히?)의 직업은 편집자. 자존감이 살짝 떨어지고 겸손하지만 오지랖이 넓은 평범하다면 지극히 평범한 여성이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고, 어디에서나 살고 있을 현대사회의 보통 여성 말이다. 대작가인 후지이 하나에의 담당이었으나 지루하다, 영감이 안 떠오른다, 는 이유로 담당에서 내쳐지고 만다. 그 다음으로 담당하게 된 인기 작가, 미사키 젠은 인간답지 않은 외모를 가진 美人이었다. 게다가 그의 정체 또한 세나를 기함하게 하는데.
“겸손을 미덕으로 여기는 건 분명 이 나라의 문화지만, 상식적으로 별거 아닌 걸 타인에게 준다면 상대는 어떨 것 같아요? 이 책 재미없어요, 이 음식 맛없어요. 그런 식으로 장사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요? 정말 별것 아닌 물건을 받고 기뻐할 사람은 아마 없겠죠. 즉, 아까 그쪽이 한 말은 지금 내민 물건을 만든 사람한테도, 받는 사람인 나에게도 무척 실례되는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세나 아사히 씨. 처음 뵙겠습니다. 그리고 안녕히 가세요. 나는 그쪽과 일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요. 그 별것 아닌 물건을 가지고 지금 당장 돌아가 주세요.”
그는 혀에 칼이 달렸는지 굉장히 초면부터 촌철살인적이다. 뻘뻘대는 아사히가 가여울 정도였으니. 세나는 그를 오래 전부터 지켜봐 왔다. 아니, 그의 작품을 지켜봐 왔다고 하는 게 맞겠다. 미사키 젠의 첫 작품 <론도> 전편이 궁금한 건 나뿐이 아니겠지? 두 사람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찰떡처럼 어울리는 케미가 보는 내내 흥미로웠다. 미사키와 같이 사는 작은 소녀 또한 신비함 그 자체. 거기다 체셔고양이 편집장과 똑 소리 나는 나츠키 형사까지.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들 덕분에 지루할 틈 없이 읽어낼 수 있었다.
뱀파이어나 늑대인간 같은 존재들이 정말 존재한다면 이럴까? 싶었을 만큼 굉장히 사실적으로 세계관 구축을 해낸 것 같았다. 작가가 의도한 대로 받아들였을지 모르겠다. 도서를 받고 처음 받았던 느낌이 지금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장르 구분 없이 책을 좋아하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나 같은 경우, 인문학이나 자기개발서 같은 장르는 아주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도 읽어두면 도움이 될 텐데도 말이다. 라이트노벨이라는 장르도 살짝 그런 느낌으로 다가왔던 걸 부정하지는 못 하겠다. 그래도 이 작품 덕분에 그런 적대감이 많이 줄었다. 이런 섹시하고 무례하고 잘난 남주를 만난 건 참 오랜만이었던 것 같다.
연애소설이 좀 물린다, 읽히지 않는다, 에세이도 싫다 그런 분들께 추천하고 싶다. 다음 문장을 읽지 않고는 궁금해서 못 참겠는 작품을 찾고 있다면 단연 이 작품을 추천하겠다. 200여 페이지의 다소 짧은 느낌의 작품이지만 뇌리에 강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한 작품이다.
미사키 젠 같은 남자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다음 편이 나온다면 바로 보고 싶다. 그야 미사키가 보고 싶으니까.
*아르테 팝에서 도서 무료 제공받아 작성하는 서평입니다. 진심을 담은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