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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에 너를
강부연 지음 / 봄출판사(봄미디어) / 2018년 3월
평점 :

세상 가장 선명한 감각
아주 오래 전부터 글을 동경했다. 사랑일 때도 있었고, 미움일 때도 있었다. 몇 번을 그만할까 싶었지만 그래도 쓰고 싶었다. 잘하지 못해도 그 나름의 내 색을 쓰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럴 때 생각했던 주인공이 ‘빛을 잃은 여자’였다. 이 작품 주인공인 시진과 같은, 세상 모든 빛을 잃은 여자. 하루아침에 빛을 잃고 ‘보통 사람’ 틈에서 살아가는 여자. 그래서였을까. 책 소개 글을 보고 도저히 눈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 간절한 마음이 통했나. 예쁜 책을 손에 넣고 얼마나 뚫어지게 봤나 모르겠다. 표지부터 판권과 목차까지 세세히 들여다봤다. 표지부터 취저였다. 핵심이 될 만한 소재들을 아주 적절하게 배열한 일러스트, 아련한 색감까지 전부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오랜만에 책 선물을 했다. 제일 힘들 때 위로가 되어 주었던 친구에게. 지금은 작은 위로와 공감이 필요할 친구에게. 육아에 지친 친구에게도 좋은 위로가 되어 주길 바라면서.
첫 시작은 조금 눈살이 찌푸려질 만큼 짜증스러웠다. 주인공들이 짜증을 내서 그랬을 것이다. 세상 빛을 잃은 여자, 정시진은 어지간한 바람에도 꺾이지 않는 강한 꽃 같은 존재였다. 세상 희망을 잃은 남자, 선우 준은 어떤 꽃바람이 불어도 웃지 않을 것 같은 무심한 존재였다. 그런 두 사람이 만났다. 첫 만남은 우연 그 다음은 우연 내지는 필연. 그렇게 섞이지 않을 것 같던 존재 둘이 섞여 간다. 그 과정이 애틋하고 애가 끓어 중반부까지는 쉼 없이 내달리는 느낌으로 읽어 내렸다. 현실감이 넘쳐서 몰입이 굉장했으니까.
그런데 초점이 시진과 준이 아닌 다른 인물에게 옮겨졌을 땐 읽기가 힘들어 조금 아쉬웠다. 읽기 자체가 힘들 정도였으니. 두 사람의 감정선이 단절된 느낌의 전개가 안타까웠다. 갈등을 만들어 내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건 이해하지만 차라리 두 사람의 감정선에 좀 더 집중했다면 어땠을까. 계속해서 다른 스토리를 그려내느라 바쁜 머릿속이 복잡해 막판에는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초반 느낌을 끝까지 끌고 가기란 참으로 힘들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본 것 같다.
그래도 예쁜 두 사람을 고까운 시선으로 볼 수는 없었다. 어떻게 봐도 예쁜 사람 둘이었으니까. 시진은 넘어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다. 사람이라면 당연히 무서운 건데. 하지만 시진은 무서워도 넘어지곤 곧잘 일어섰다. 곁에 오롯이 자신의 편인 준이 있었기에 더더욱 그래야만 했다. 사랑은 그리 대단한 게 아닐지도 모른다. 허나, 둘에게 있어 사랑은 잃었던 빛을 보게 해 줬고 놓았던 희망을 다시 잡게 해 줬다. 곁에 있는 누군가로 인해 걸음을 내딛어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었다.
“지금 내 손끝에 닿아 있는 네가 내게는 무엇보다 선명한 감각이니까.”
이 한 줄의 찡한 감정처럼 짙게 배어나는 사랑이 있을까. 뭔가 잃은 채 살아가고 있다 생각된다면 꼭 이 책을 두 손에 쥐라고 말해 주고 싶다. 그럼 내가 얼마나 가득 쥐고 살아가는 사람인지 절절히 느끼게 될 테니까. 읽는 내내 내가 참 행복한 사람이라는 걸 느끼게 해 준 아주 감사하고 고마운 작품이었다. 누군가에게도 그런 고마운 마음이 되기를 바라며.
*봄미디어에서 도서 무료 제공받아 작성하는 서평입니다. 진심을 담은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