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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Q정전 ㅣ 소담 베스트셀러 월드북 67
노신 지음, 조성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0년 8월
평점 :
<아Q정전>과 나와의 인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나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고등학생이라면 모두 한번쯤 만나봤을 위인이다. 지금 교육과정에는 나오는지 잘 모르겠지만, 6차 과정 국어 교과서에서 전략 혹은 중략된 채 아Q의 사형장 가는 모습을 보여줬었다. 사형장 가면서 노래를 부르는 그의 모습이 뇌에 모셔져 있는 관계로 읽어보게 되었다. 방대한 분량의 책을 내심 생각했었지만, 막상 책을 보고 나니 중편 소설이라 간단하게 읽을 정도였기 때문에 약간 안심이 되었다.
‘아Q정전’은 <아Q정전>외에 <단오절>, <약>, <축복>, <광인일기> 등 노신의 여러 단편들까지 같이 포함되어 있다.
<아Q정전>은 총 9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작가가 왜 아Q에 대해서 쓰려고 했는지와 정전(正傳)으로 이름을 붙였는지부터 시작한다. 사실 위인전이나 자서전 등은 우리가 인물을 보고 본받을 요량으로 읽는다. 하지만 왜 작가는 시대의 밑바닥에 있는 자에게 과분한 정전(正傳)을 선사했을까?
우선, 아Q의 성격을 알아보자면, 자존심이 무척 강하다. 자기는 집도 없고 지식도 갖고 있지 않으면서 마을의 부자인 조영감이나 수재(秀才)를 무시하기 일쑤이다. 더구나 의심이 없어서 누군가 비꼬는 투로 칭찬을 하더라도 대단히 기뻐한다.
이런 아Q를 마을의 건달들이 가만두지 않고 괴롭히지만 아Q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그들을 혼쭐내준다. 흘겨보고, 머리채를 쥐어 잡혀 벽에 쿵쿵 부딪히더라도 후에는 의기양양해져서 돌아간다. 정신적 승리법이란 것인데 아Q가 스스로 자신을 경멸해버리는 것이다. 자기가 자기를 제일 잘 경멸하니까 네 따위는 아무 것도 아니란 것이다. 정말 아Q에게 없어서는 안될 비책이다. 이것마저 없었으면 스트레스로 단명했겠지. 아Q에게 정신적 승리법을 부여한 작가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뒤의 작품해설에서는 이것을 통해 우매한 중국 민중을 치료했다고 하지만 그 당시 중국의 현실을 안주하려는 모습을 풍자했다고 보여진다. 오기나 독기가 현재의 마이너스적인 요소이지만, 성공을 이끌어낸다면 플러스 요소로 탈바꿈하는 것처럼 아무런 반항이나 저항이 없는 아Q는 그런 길마저 막힌 셈이다.
<아Q정전>뿐 아니라 다른 단편들도 아주 인상적이었다. 중국 문학이라고 해서 우리나라 사람까지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이래서 고전인 것일까. 단편들만 보았지만, 노신 작품의 주인공들은 보통 사람들처럼 하나쯤 결점을 가지고 있다. <단오절>의 방현작은 자신이 현명하고 뭔가를 많이 생각하는 것 같지만, 정작 중요한 생계문제에서 적극적이지 못하고 이리서 안되고 저래서 안된다고 핑계대는 백면서생이고 <공을기>에서도 공을기는 책을 좋아하지만 도둑질로나 돈을 벌어 그마저 술로 탕진하는 한심한 작자이다.
사실 <아Q정전>은 계몽주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길래, 기다란 문장의 설명이 꽉 들어차 있을 줄 알았다. 더구나 근대 사회라면 즉, 세상의 변혁이 일어나는 시기라면 그 혼란 때문에 독자의 생각으로 혼란스러움과 답답함이 전염된다. 나는 알고 있지만, 그 때 시절의 사람들은 참담하게 당하는 모습을 보기 싫기 때문에 근대를 담은 영화나 사진이나 문학 작품은 고개가 저절로 돌려진다. 하지만 그런 시기가 ‘옛날’이라고 해도 현대와 가까운 ‘옛날’이기 때문에 더 중요하고 알 필요성이 있는 것 같다. 좋은 작품 하나 읽어서 만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