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무사 이성계 - 운명을 바꾼 단 하루의 전쟁
서권 지음 / 다산책방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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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나 표지는 무슨 라이트 노벨 같은데, 사실은 이성계가 역성혁명을 결심하는 계기가 되는 하루(황산대첩)를 다루고 있는 진지한 역사소설이다. 소설에서 이성계는 조선이라는 국가를 건설한 도도한 패자가 아니라, 조정의 멸시와 의심 속에서 전쟁의 도구로 소모되는 중년의 시골무사에 불과하다. 여기서 이성계는 진퇴양난이다. 조정(최영)은 나라의 명운이 걸린 일전임에도 불구하고, 왜적을 애써 도적이라 폄하하며 정예군을 내주지 않고, 전장에서도 끊임 없이 지휘권에 간섭(변안열, 정몽주)한다. 그에게 주어진 것은 일종의 사병인 가별치 850명과 자신을 배척하는 중앙군 기병 150명을 합친 천 명의 군사 뿐이지만, 대적해야 할 상대는 아지발도라는 유능한 왜장이 지휘하는 1만 대군이다. 먼훗날 이순신(김훈, <칼의 노래>)이 맞닥뜨리게 될 상황과 비슷하다. "지면 죽음으로 답해야 하고, 이기면 그것으로 그만인 싸움(41쪽)." 차이라면 이순신 곁에는 칼 뿐이었지만, 이성계에게는 정도전이 있었다. 소설에서 정도전은 냉혹하고 급진적인 혁명가이다. 그는 이성계의 군사로 활동하면서, 이성계를 유혹한다. "배반하는 자는 장수하고 따르는 자는 요절한다(115쪽)." 이성계는 하루 동안의 4번의 격전을 치루며 "날마다 나와 다투며 나의 병을 만드는 것"(충심과 역심)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결국 "오직 사람만이 홀로 천지와 짝할 수 있다"(혁명)는 정도전의 조언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물론, 왜적과의 전투는 정도전의 평가처럼 "우리의 의지가 만든 전설"의 승리로 끝을 맺는다. 언뜻 심각한 이야기로 보이지만, 김훈의 소설만큼 비장하거나 허무하지 않아, 심리적 피로가 덜하다. 아주 잘쓴 활극을 접할 때의 쾌감이다. 무엇보다 하루간의 전투를 속도감 있는 필치로 박진감 넘치게 그리고 있기 때문에 잘 읽힌다. 무기, 진법, 전황 등에 대한 묘사도 사실적이다. 특히, 이성계와 변방 여진족(이두란, 처명)의 우정이 인상적이다. 작가가 <황산대첩>에 얽힌 민간 전설을 소설에서 어떻게 풀어냈는지를 확인해보는 것도 한 재미다. 아무튼 정치인 이전의 이성계, 무인으로서의 인생이 어떠했는지는 궁금하다면, 일독을 권한다. 실제 이성계가 그와 같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작가가 상상한 모습은 꽤나 매력적이다. 영화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 <최종병기 활>을 연출한 박한민 감독이 적당하지 않을까.

 

본인의 블로그에 게시(http://sekaman.tistory.com/entry/서권-시골무사-이성계) 되었음을 밝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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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백 무협 단편집 - 마음을 베는 칼
좌백 지음 / 새파란상상(파란미디어)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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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단편이 좋지만, 왕필 일행의 후일담만으로도 구입할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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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행성 샘터 외국소설선 6
존 스칼지 지음, 이수현 옮김 / 샘터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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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전쟁>으로 시작된 시리즈를 욕심부리지 않고 깔끔하게 마무리한다. 미드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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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개의 고양이 눈 - 2011년 제44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
최제훈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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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도 훌륭하지만, <일곱 개의 고양이 눈>은 정말이지 대단한 구라다. "완성되는 순간 사라지고, 사라지는 순간 다시 시작되는 영원한 이야기", "무한대로 뻗어나가지만 결코 반복되지 않는, 단 한 권의 완벽한 미스터리"라는 불가능해 보이는 야망을 그럴싸하게 달성했다. 보르헤스가 <유주얼 서스펙트>와 <메멘토>를 소설로 소화하면 이런 게 나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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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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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악인의 광기 어린 복수극에 대항하는 한 남자의 고군분투를 그린 고밀도 스릴러. 통상적인 복수극과 달리 <7년의 밤>은 악인이 선인을 처단하는 구도이다. 이런 뒤바뀐 설정에서 비롯되는 서사가 매력적이라, 몰입도가 대단하다. 특별한 반전 없이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읽으면서 뒷이야기가 궁금해 죽을 지경이다. 실제로 읽으면서 여러차례 소설의 뒷부분을 뒤적이게 된다. 특히, 인물의 내면심리를 그리는 대목들이 압권이다. 한 순간의 실수로 살인을 하게 된 주인공이 죄의식으로 무너지는 과정을 치밀하게 서술하고 있는데, 읽는 사람도 미칠 것 같다. 또한, 호수, 안개, 잠수, 우물, 몽유병 등의 소재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인물들이 처한 고립감과 갑갑함을 몽환적으로 잘 표현했다. 묵직하면서도 날렵한 이야기다. 

영화화(이야기 자체가 정말  영화적이다)가 추진 중이라는데, 잘만 하면 <복수는 나의 것>에 비견할 처절한 복수극을 만날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감독은 박찬욱이나 봉준호를 추천한다. 그런데 역할에 마땅한 배우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 주인공에  해당되는 현수는 야구선수 출신으로 190센티미터, 100킬로그램이 넘는 거구(소설의 느낌을 제대로 살리려면 꼭 덩치여야 한다)여야 하고, 낙오자 정서가  물씬 배어나는  배우여야 한다(송강호나 최민식이 10년만 젊어도 딱인데). 미친놈인 오영제에는 이병헌, 박해일, 이정재가 적당할 것 같다. 현수의 부인에는 박지영(개인적으로 좋아한다)을, 서술자에 해당하는 승환에는 김상경을 추천한다. 현수의 아들로는 요즘 대세인 유승호, 사건의 시발점인 오영제의 딸로는 김새론이 좋을 것 같다. 

 (본인의 블로그에 게재한 글과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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