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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평점 :
한 악인의 광기 어린 복수극에 대항하는 한 남자의 고군분투를 그린 고밀도 스릴러. 통상적인 복수극과 달리 <7년의 밤>은 악인이 선인을 처단하는 구도이다. 이런 뒤바뀐 설정에서 비롯되는 서사가 매력적이라, 몰입도가 대단하다. 특별한 반전 없이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읽으면서 뒷이야기가 궁금해 죽을 지경이다. 실제로 읽으면서 여러차례 소설의 뒷부분을 뒤적이게 된다. 특히, 인물의 내면심리를 그리는 대목들이 압권이다. 한 순간의 실수로 살인을 하게 된 주인공이 죄의식으로 무너지는 과정을 치밀하게 서술하고 있는데, 읽는 사람도 미칠 것 같다. 또한, 호수, 안개, 잠수, 우물, 몽유병 등의 소재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인물들이 처한 고립감과 갑갑함을 몽환적으로 잘 표현했다. 묵직하면서도 날렵한 이야기다.
영화화(이야기 자체가 정말 영화적이다)가 추진 중이라는데, 잘만 하면 <복수는 나의 것>에 비견할 처절한 복수극을 만날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감독은 박찬욱이나 봉준호를 추천한다. 그런데 역할에 마땅한 배우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 주인공에 해당되는 현수는 야구선수 출신으로 190센티미터, 100킬로그램이 넘는 거구(소설의 느낌을 제대로 살리려면 꼭 덩치여야 한다)여야 하고, 낙오자 정서가 물씬 배어나는 배우여야 한다(송강호나 최민식이 10년만 젊어도 딱인데). 미친놈인 오영제에는 이병헌, 박해일, 이정재가 적당할 것 같다. 현수의 부인에는 박지영(개인적으로 좋아한다)을, 서술자에 해당하는 승환에는 김상경을 추천한다. 현수의 아들로는 요즘 대세인 유승호, 사건의 시발점인 오영제의 딸로는 김새론이 좋을 것 같다.
(본인의 블로그에 게재한 글과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