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 - The Yellow Sea
영화
평점 :
상영종료


<황해>의 세계는 무참하다. 각자가 나름의 의도와 계산에 따라 행동하지만, 결과는 언제나 예상 밖이다. 사태는 점점 복잡하게 확대되지만, 누구도 상황을 장악하지 못한다. 미친개처럼 서로를 향해 짖어대고 물어 뜯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등장인물 모두는 누런 바닷물처럼 불투명한 현실 속에서 파국을 향해 질주한다. 힘들게 붙든 사건의 전말에는 (누군가의 혹은 자신의) 질투와 시기의 흔적 뿐이다. 요약하자면, 지독하게 비관적인 핏빛 <사랑과 전쟁>이다. 

이런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최정상의 배우와 100억원 이상의 자금을 동원하여 (강박증에 가까운) 완벽한 마감으로 풀어낸다. 이야기가 다소 모호하고 불친절하지만, 오히려 그 점이  영화에 잘 어울린다. 우왕좌왕하는 주인공처럼, 우리네 삶도 갈팔질팡의 연속이다. 우리는 애써 외면하지만, 현실에 대한 이해란 사실 불가능하다.

<황해>는 영화적 재미의 측면에서 <부당거래>나 <아저씨>에 못미치지만, 두 영화를 압도하는 강렬함이 있다. 제대로 된 한국산 하드보일드이다.

덧말 : 어떤 분의 말씀처럼 우리 사회는 점차 '선진화' 중인데, 왜 영화적 현실은 점점 더 험악해지는가. 아이들의 장기를 팔고(아저씨), 연쇄살인범이 자유롭게 활개치며(악마를 보았다), 청부살인이 횡행하는 현실(황해)은 과연 영화 속 판타지에 불과한 걸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필자의 블로그 http://sekaman.tistory.com/ 에서 옮겨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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