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나는 무지와 편견으로 가득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밝히고 글을 쓰고 싶다. 책날개를 펼쳐 이 책의 저자가 수도승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내용이 굉장히 딱딱하고 재미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고전을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집어든 책이라 별 기대없이 책을 빌려다가 읽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첫인상 때문인지 읽는 내내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토머스 모어는 1478년 2월 7일부터 1535년 7월 6일까지 산 사람이다. 역사와 과학을 공부하며 예전 같으면 1800년대만 가도 ‘까마득한 옛날‘로 생각했을 텐데 그 기준이 지구가 태어난 45억 년 전으로 바뀌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중간중간은 공백이다. 지식이나 감정이 들어 있지 않은 년도가 많다는 것이다. 수준 높았다. 이야기 형식으로 그 당시 정치와 사회에 울림을 주려고 하는 작가의 의도와 그 안에 담겨 있는 내용의 깊이가 수준 높았다. 심지어 재밌었다! 내 첫인상을 보란듯이 깨부수고 심지어 이 책을 통해 세상에 대해 한 수를 넘어 두 수는 넘게 배웠다. 작가가 꿈꾸는 ˝유토피아˝가 담겨 있는 책이다. 좌우 이데올로기만으로 판단할 작품은 아닌 것 같다. 현재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중요하다. 우리가 꿈꾸는 ˝유토피아˝는 무엇인가. 구체적으로 그린 세상이 있는가. 여기서 세상은 ‘나‘ 자신부터 우리나라, 전세계를 포괄하는 의미다. 1500년대 초에 나온 책으로 깊은 사유를 한 만큼 나는 더는 옛날 책이라는 이유로, 작가가 가진 직업으로 편견과 함께 어떤 책을 펼치는 오만함을 가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