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서 연어낚시
폴 토데이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사막, 그리고 연어 낚시. 정말 끝내주게 안 어울리는 조합이 아닌가.

오랫 동안 성공적인 사업가로 살아왔던 저자, 폴 토데이(Paul Torday)가 그의 나이 59세 때 처음으로 출간한 소설, 『사막에서 연어 낚시(Salmon Fishing in the Yemen)』는 이처럼 극도로 비현실적인 조합이 지극히 현실적인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마음먹기에 달려있다는 것도. 사실, 소설가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던 59세의 사업가가 '이제는 그 꿈을 이루기엔 조금 늦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 만한 나이에 실제로 소설가로(그것도 상당히 성공적으로) 데뷔했다는 사실 또한 비현실을 현실로 만든 좋은 예가 아닐까?

때론 답답할 정도로 자신의 분야만 파고드는 어류학자인 알프레드 존스는 어느 날 갑자기 해리엇 체트워드 톨벗이라는 인물로부터 한 통의 이메일을 받는다. 부동산 회사인 피츠해리스앤프라이스에 근무하는 해리엇은 그녀의 고용주인 예멘의 부호가 자신의 나라에 영국의 플라이 낚시를 도입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고 이 프로젝트를 전문가인 알프레드 존스 박사가 맡아주길 바란다고 했다.

하! 예멘! 그러니까 나라 이름만 들어도 메마른 사막이 떠오르는 그 곳에서 낚시라고? 게다가 수온이 높은 곳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어종인 연어를 아라비아 반도에서? 그러나 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단칼에 거절했던 알프레드도 의뢰인-'모하메드 이븐 자이디 바니 티하마'라는 도저히 외울 수 없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의 신념에 찬 태도를 직접 접한 이후, 이 말도 안 되는 프로젝트가 어쩌면 도전해 볼만한 일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과감히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위에서 언급한, '예멘의 건곡(물이 말라있는 골짜기)에서 연어 낚시를 할 수 있도록 만드는 프로젝트'가 이 소설의 뼈대라면, 정치적인 목적으로 이 프로젝트에 관여하는 영국 정치인들의 모습, 그리고 결혼 생활의 위기를 겪고 있는 알프레드와 중동지역으로 파견된 후 소식이 끊긴 군인 남자친구를 기다리는 해리엇의 러브 스토리 비슷한 이야기는 소설에 살을 붙이는 역할을 한다.

영국에서 코믹장르의 문학에 수여하는 유일한 상이라는 '볼린저 에브리맨 우드하우스 상'을 수상한 작품이라는 설명이 책 표지에 딱 박혀있었는데, 영국의 유머 코드와 나의 그것이 딱히 일치하지는 않는 모양인지 전체적으로 그다지 코믹한 느낌은 아니었다. 하지만, 수상관저 홍보실장인 피터 맥스웰이나 한 때 알프레드 존스의 상사였던 국립해양원 소장 데이비드 서그든의 말이나 행동을 보면서는 그 황당함과 어이없음 때문에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특히 피터 맥스웰이 기획한 '사람들의 상금'이라는 프로그램 대본의 촌철살인 유머는 압권이었다. 눈 먼 정치에 대한 일종의 블랙유머랄까?

여러 가지 메세지를 담고 있는 소설이겠지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한 때 전 세계를 떠들석하게 만들었던 '두바이'를 떠올렸다. 누가 물 한 방울 없는 사막 한 가운데에 화려함의 극치를 달리는 호텔과 각종 건물들을 지어 전 세계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일 년 내내 햇살이 뜨거운 그 곳에서 스키를 즐길 수 있게 되리라 기대했을까? 그러나 누군가는 그것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믿었고 또 실제로 그 꿈을 이루었다. 물론, 두바이가 그러했듯 예멘의 건곡에서 연어 낚시를 하도록 만들겠다는 아이디어도 '그래서 모두모두 평생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을 맺진 못했다. 아니, 오히려 차라리 시도를 하기 전이 더 나았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듯하다. 하지만 모두가 불가능이라며 등을 돌리던 일에 직접 부딪혀가며 어디까지가 가능하고 어디까지가 불가능한지를 깨닫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의 주인공은 충분히 가치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 아닐까? 그리고 이런 것이 바로 어제보다 나은 오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아닐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문장이 떠오르는 밤이다.

 

p.s. 이 책은 <Salmon Fishing in the Yemen>이라는 제목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고 한다. 주인공은 이완 맥그리거(예이~!)와 에밀리 블런트, 게다가 감독은 라세 할스트롬이다! 꼭 보고 말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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