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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 스웨덴의 한가운데서 우리가 꿈꾸는 대한민국을 만나다
최연혁 지음 / 쌤앤파커스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오랜 기간은 아니지만 스웨덴에서 살았던 적이 있어서 그런지 '스웨덴'과 관련된 이야기라면 일단 귀가 솔깃해진다. 최근 스웨덴에서 귀국한 지인과 만나는 자리에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라는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지인의 말에 의하면 이 책은 스웨덴 사회의 한 면만을 보여주는 것 같아 조금 아쉽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에서 만들어진 말이긴 하지만)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구호를 가장 적절하게 구현하고 있다고 평가받는 스웨덴 사회의 복지에 대해 좀 더 알고싶은 마음에 이 책을 집어들게 되었다.
소위 '먹고 살 만한' 수준에 이른 한국인들도 이제 하나, 둘 복지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정부는 벤치마킹할 대상을 찾기 시작했고 스웨덴, 핀란드 등으로 대표되는 북구의 복지사회에 대한 이야기도 봇물 터지듯 밀려들어오고 있다.
스웨덴 쇠데르턴(Södertörn) 대학 정치학과 교수로 지난 25년 간 근무하며 스웨덴의 속살을 체험해 온 최연혁 교수는 저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를 통해 복지국가의 대표주자로 널리 알려진 스웨덴의 복지정책과 더불어 이런 정책을 가능하게 만든 스웨덴의 사회적 배경을 함께 소개한다.
<스웨덴의 맨살을 엿보다>, <믿음과 실천으로 움직이는 사회>, <나눔에 대한 생각을 바꾸다>, <스웨덴에서 정치인으로 산다는 것>,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나라>, <행복의 유토피아를 찾아서>, 이상의 여섯 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저자는 스웨덴의 복지정책과 더불어 본인이 직접 만난 스웨덴인들의 이야기를 함께 언급함으로써 스웨덴 정부의 정책과 그것을 대하는 스웨덴 국민들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함께 소개한다.
(조금 서글픈 이야기지만)그러고보면 스웨덴인들은 한국 사회에서 인생의 대부분의 시기를 보낸 나 같은 사람들이 단번에 이해하기 쉽지 않은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우선,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의 혜택을 국가로부터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비현실적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혜택이 가능하게 된 바탕이 바로 '모두 함께 잘 사는 사회를 만들자'는 스웨덴 국민들의 암묵적 합의라는 것 또한 비현실적이다.
국민의 행복 지수가 덴마크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나라, 1년에 5주가 법정휴가인, 그래서 매 년 여름이면 나라 전체가 휴가 모드로 들어가는 나라, 18세까지의 아동은 치아교정 등 치과 치료 비용이 완전 무료인 데다 6세부터 대학원 박사과정까지 교육비도 완전 무료로 제공되는 곳. 뿐만 아니다. 모든 아동에게 아동수당이 지급되고 학생들에게는 생활 보조금이 지원되며 직장을 잃게 되면 다시 직업을 찾을 때까지 재취업 교육과 실업수당이 지급되는 곳. 나라도 당장 이민가고 싶어지는 환상적인 복지아닌가! 이 모든 것을 다 갖춘 나라가 바로 스웨덴이다.
하지만 스웨덴 정부는 재물이 끝도없이 쏟아져나오는 화수분을 갖고있지 않다. 다시 말해, 이 모든 복지의 바탕은 스웨덴인들과 스웨덴 기업들이 내는 엄청난 세금(개인들 중에서 가장 높은 세율을 내는 사람은 봉급의 최대 60%를 세금으로 내고, 가장 낮은 세율도 29%에 이른다고 한다. 기업의 경우, OECD 평균과 유럽연합 회원국 평균을 웃도는 26.3%를 법인세로 낸다.)이라는 얘기다. 국가가 나에게 무엇을 해 줄 것인가에만 포커스를 맞추면 당장 이민가고 싶어지는 나라지만, 내가 국가를, 사회를, 그리고 다른 이웃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 가를 생각하면 이민에 대한 생각이 당장에 없어질만한 세율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스웨덴인들은 이런 살인적인 세금을 선뜻 부담하며 살아가는 것일까. 저자는 '세금은 자신을 위한 복지로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이 스웨덴인들의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으며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믿음을 주는 정치라고 말한다. 저자가 정치학을 전공하고 스웨덴에서도 정치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어서인지 스웨덴 정치인들의 이야기가 이 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다. 특권 의식 없이 자신의 직업에 충실히 임하는 '스웨덴 정치인'들의 사례를 읽다보면 연일 신문을 장식하는 '한국에서 정치하시는 분'들의 모습이 그렇게 부끄러울 수가 없다. 역사는 사람을 속일 수 없고 국민을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의 조국을 믿을 것인지 여부를 결정한다.
물론, 스웨덴 사회에도 이민자가 많이 늘고 있고 그로 인해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문제들은 스웨덴의 복지 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고. 스웨덴 사회와 스웨덴 복지정책의 밝은면만을 주로 다룬 책이긴 했지만, 그리고 역사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스웨덴의 정책을 한국에 그대로 도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가 꿈꾸는 미래'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시해주는 데는 성공한 책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