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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의 눈으로 아프리카를 말하지말라 - 한국인의 눈으로 바라본 그래서 더 진실한 아프리카의 역사 이야기 ㅣ 백인의 눈으로 아프리카를 말하지 말라 1
김명주 지음 / 미래를소유한사람들(MSD미디어)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기획재정부 소속 공무원으로 현재 아프리카개발은행(AfDB)에 파견 근무 중인 저자가 지난 4년 간 아프리카 현지에서 생생하게 보고 듣고 배우고 느낀 것을 한 권의 책에 담아냈다. 바로, 『백인의 눈으로 아프리카를 말하지 말라』라는 다소 도발적인 제목의 책이 그 주인공이다.
내 삶에 있어서 아프리카는 '쉽게 닿을 수 없는 미지의 세계'와도 같은 곳이었고 지금도 비교적 그러하다. 그러나 신혼여행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엘 다녀온 이후, 그러니까 아프리카의 발끝을 살짝 만지고 돌아온 이후, 이제는 '아프리카'라는 단어마저도 부쩍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이유에서 아프리카와 관련된 글을 전보다 더 관심을 갖고 찾아 읽어보던 중 『백인의 눈으로 아프리카를 말하지 말라』를 읽게 되었다.
2010년 말,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재스민 혁명은 아프리카와 아랍권 국가에서 쿠테타를 통하지 않고 민중들이 나서 독재정권을 몰아낸 최초의 혁명이라고 한다. 이 사건을 계기로 아프리카와 아랍의 다른 독재국가들로도 민주화 시위가 퍼져나갔다고 하는데, 외국인의 입장에서는 그것이 혁명인지 폭동인지 아니면 또 다른 군사독재의 시작인지를 알 길이 없었던 이 소요사태 속에 저자, 김명주가 있었다고 한다.
안타깝지만 '독재'라든지 '쿠테타', '빈곤', '부패' 등의 단어는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하나의 이미지가 되어버린 듯하다. 마치 이런 부정적인 요소들은 아프리카인들이기에 겪고 있는 고통이라는 듯. 하지만 4년 이라는 기간 동안 아프리카 현지에서 아프리카인들과 함께 매일을 보냈던 저자는 아프리카가 현재의 모습을 하고 있는 데에는 아프리카인들의 특질보다는 서구열강들의 자기 중심적인 세계관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고 조목조목 그 논리를 펼친다.
아프리카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단편적인 사실들만(어쩌면 사실이 아닐 수도 있었을 이야기들만) 알고 이 책을 읽었던 독자 입장에서, 『백인의 눈으로 아프리카를 말하지 말라』는 참으로 친절했다. 총 27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인류의 조상이라고 알려진 루시(1974년 에티오피아의 하다르Hadar에서 발견된 320만년 전 인류의 화석으로 '인류의 어머니'로 알려져있다. 물론 그녀는 아프리카인이지만 지극히 서구적인 '루시'라는 이름이 붙여졌다.)의 이야기부터 시작해 처음으로 금속을 주조하고 농사를 짓기 시작한 고대 아프리카 시대를 거쳐 포르투갈인들로부터 시작해 유럽의 제국주의 국가들이 아프리카를 제멋대로 나눠 먹던 중세 시기도 언급하고 가깝게는 2012년 현재의 아프리카와 아프리카인들의 모습까지도 전달하고자 노력한다.
마음에 들었던 부분 중 하나는 이 책이 세계사 연표 식으로 조금 읽다가 질리가 딱 좋게 지루하게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이 아니기에 아프리카 역사에 큰 관심이나 지식이 없었던 독자들이 읽기에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는 점이다. 또 마음에 들었던 것은, 아프리카의 이야기로 시작하고 끝을 맺지만 우리가 겪었던 유사한 역사적 사건들을 적절히 배치시켜가며 한국인 독자들이 아프리카인들이 지나온 역사를 좀 더 생생하게 느끼고 그에 공감할 수 있도록 한 부분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 가기 전에 『백인의 눈으로 아프리카를 말하지 말라』를 읽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이토록 충격적인 사건들을 견뎌냈고, 아직도 견뎌내고 있는 그 땅에서 난 아무래도 마음이 불편해서 제대로 신혼여행을 즐기기 못했을까? 하지만 동시에, '아는 만큼 보인다'라고 어쩌면 더 크고 더 넓고 더 깊게 아프리카를 들여다보고 올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책을 조금 급하게 만드셨는지 (많지는 않지만) 중간중간 오타가 발견되고 본문 중간 부분에는 완전히 동일한 문단이 두 번 반복해서 실려있기도 했었다. 그래서 읽던 흐름이 조금 끊겼던 것을 제외하면 매우 만족스러웠던 독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