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여행, 길 위에서 달콤한 휴식을 얻다
정인수 글.사진 / 팜파스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우리 모두는 늘 바쁘다. 그래서 소풍 같은 여행의 맛을 잊어가는 것 같다. 이곳 상당산성에서라면 그 맛을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천천히 걸으며 풀과 나무, 새들의 노래를 듣는 거다. 걷다가 다리가 아프면 숲 속 벤치에 앉아 쉬고, 출출하면 산성마을에 들러 맛난 음식을 먹는 거다. "언젠가 시간이 되면 가볼 거예요.", "돈만 있으면 누군들 그렇게 못합니까?" 이런 말을 참 많이 들었다. 하지만 좀 바쁠 때 시간을 내려 노력해보고, 약간 모자란 듯해도 여유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만이 얻어가는 것이 있다."

 

집에서 키우던 꽃나무 한 그루를 말려 죽이고 말았다. 잘 키우지도 못할 거면서 이 불쌍한 생명을 거두어들인 스스로를 원망하며 '어차피 죽은 목숨, 적어도 플라스틱으로 만든 쓰레기통에서 마지막을 보내게 하지는 말아야지.'라는 생각에 흙으로 돌려보낼 곳은 없나 살고 있는 아파트 근처를 두리번거렸던 적이 있었다. 그러다 아주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다. 자그마한 공간이어도 좋다. 그런데 이 조그만 꽃나무 한 그루를 자연스럽게 흙으로 돌려보낼 마땅한 장소를 찾는 것이 내가 살고 있는 이 도시에서는 너무나도 힘든 일이라는 사실이었다. 아! 나는 정말 시멘트 더미에서 살고 있는 거로구나! 참으로 놀랍고 또 놀라웠다.

 

6월 초, 짧은 경주 여행을 끝내면서 나는 다짐했다. '올해도 짬짬이 시간을 내어 우리나라 곳곳을 여행하리라.'라고.

이런 결심을 한 이후라면 자, 이제 문제는 '과연 어디를 갈 것인가?'인데 러시아나 중국처럼 땅덩이가 광활하지도 않은 나라에서 가 볼 만한 곳은 또 왜 이리 많은지! 어디를 다녀와야 한정된 내 시간과 돈을 들인 것이 아깝지 않을까를 고민하다 이 책, 『쉼표여행』을 집어들었다.

 

백 번 가도 좋을 우리나라 그곳에서 마음의 쉼표를 찍고 돌아오자!

북적대는 도시를 훌쩍 떠나고픈 사람들을 위한 감성 에너지 충전 여행!

마치 구호를 연상케 하는 다소 직설적인 이 문구가 너무나도 솔직하게 와 닿아 나로 하여금 이 책을 읽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꽃나무 장사지낼 곳을 찾으면서 내가 어떤 곳에서 살고 있는지를 다시 한 번 깨달은 내 가슴에 '북적대는 도시를 훌쩍 떠나고픈'이라는 문구가 비수처럼 내리꽂힌 것이다.

 

요즘은 참 멋들어진 여행책자가 많이 나온다.

사실, 근사한 문구와 환상적인 사진이 담긴 여행 에세이를 찾는 독자라면 『쉼표여행』을 읽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반면, 거두절미하고 여행지에 대한 담백한 소개와 안내만을 필요로하는 독자에게라면 이 책이 정답이다.

'길, 숲, 물, 곳', 이상의 네 개 테마를 중심으로 여행지를 소개하는 이 책은 전국 24곳에 달하는 여행지를 소개하는데 이곳에 포함된 장소들은 그야말로 바쁜 도시의 일상에서 한 걸음 비켜나 자연과 문화와 함께하는 여유를 만끽하게 할 만한 곳들이다. 추천 여행지를 소개하면서 각각의 여행지 근처의 가볼만한 곳이라든지 추천식당, 추천 숙박업소, 가는 길 등의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은 참으로 감사하다. 다만, 책에서 소개하는 곳들이 어느 지역에 위치하고 있는지 한 눈에 훑어볼 수 있도록 전국 지도를 부록으로 넣었더라면 더 유용했을텐데 그 점은 아쉽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지만 때로는 그 고생 사서 하고 싶은 경우가 있다. 아니 사실, 개인적으로 그런 경우가 많은데 이 책과 함께라면 아무래도 올 해도 이 즐거운 사서 고생, 꽤나 하게 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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