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 - 인생도처유상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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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만 읽게 되는 책이 있는 반면 어떤 책은 눈과 마음으로, 그리고 매우 드문 경우 눈과 마음과 더불어 발로도 읽게 되는 책이 있다.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나에게는 바로 이 세 번째 카테고리에 속하는 책이다.

 

지난 1993년 이 시리즈의 첫 번째 답사기인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남도답사 일번지』가 출간된 이후 장장 18년 만에, 그리고 다섯 번째 답사기인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다시 금강을 예찬하다』가 출간된 지 10년 만에 저자 유홍준이 다시 우리 곁을 찾아왔다. 이번에 그가 선사하는 이야기는 바로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인생도처유상수』.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 정말 재미있다. 재미있고 재미있고 또 재미있다.

 

미술사학자인 저자는 지난 2004년부터 2008년까지 문화재청장으로서 공직에 몸 담았던 바 있다. 문화재청장 재직 시절, 숭례문 방화사건 등과 관련하여 언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었지만 공직에 몸 담은 이상 필부필부들과 동일한 행동을 한다 하더라도 그것에 더 큰 의미가 부여되고 그렇기에 뺨 한 대 맞고 끝날 일에 곤장 백 대를 맞게 될 수도 있는 법. 오랜만에 그의 답사기를 접하니 저자의 과거와 관련된 일들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런 내용들은 일단 접어 두고 책 자체에만 온전히 집중하여 읽어 보기로 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 "사랑하면 알게 된다."는 말을 써가며 독자들에게 문화유산에 대한 사랑을 호소하던 저자가 이번에 독자들을 데리고 가는 곳은 바로 경복궁과 전남 순천 선암사, 달성 도동서원과 거창, 합천, 부여, 논산, 보령 지역이다. 특히 저자는 문화재청장 재직시절의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경복궁 이야기와 5도 2촌(일 주일 중 5일은 도시에서, 나머지 2일은 농촌에서는 지냄)의 삶을 실천하며 제 2의 고향으로 삼은 충남 부여 지역의 이야기를 위해서는 각각 4장씩을 할애하고 있다.

 

오랫동안 기다려 온 책이라서 더 반가웠던 것일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저자가 그야말로 '발로 뛰어가며' 한 자 한 자 적어 내려간 이 책을 읽다 보면 감사하기도 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내 발바닥도 근질거려 종국에는 '책상 머리에만 앉아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예의가 아니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고개를 쳐들고 마는 것이다.

특히 서울에 살고있는 사람으로서 대중교통으로도 쉽게 찾아갈 수 있는 경복궁과 관련된 글을 읽으면서는 조만간 주말에 하루 날을 잡아 경복궁을 다시 한 번 둘러보리라,라는 결심을 할 수밖에 없었다. 많은 사람들의 애정어린 노력을 통해 오랜 기간에 걸쳐 복원된 광화문을 통해 경복궁으로 들어가 흥례문을 거치고 금천교를 지나 근정전과 사정전, 강녕전과 교태전, 경회루에 이르기까지 마치 내 집을 둘러보듯 천천히 둘러보리라.

 

이 책이 마음이 들었던 이유는 여럿 있지만, 그 중에서 몇 가지만 짚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우선, 답사 장소를 소개하면서 그와 관련된 과거의 역사적 사실을 한데 녹아내여 그 장소를 공간적은 물론 시간적으로까지 소개하고 있다는 점. 또한, 그 장소와 관련된 자신의 경험과 생각까지 소개함으로써 그 장소가 역사 속에 죽어있는 장소가 아닌 독자인 나와 동시대를 공유하는 살아 숨쉬는 장소로 느껴지게 한다는 점. 그리고 함께 읽으면 좋을만한 책들을 본문 중간중간에 소개해 준다는 점. 여기에 마지막으로, 저자가 풀어놓는 유쾌한 에피소드들을 읽다 보면 자칫하면 지루하고 고루하게만 느껴질 수도 있는 우리의 전통이나 역사가 너무나도 매력적으로 다가온다는 점 등이다.

 

이번에 6권이 나오면서 기존에 출간된 1권부터 5권짜리를 다시 다듬어서 재출간 했다고 하던데 다시 한 번 모든 시리즈를 읽고 저자의 발걸음을 따라 우리의 문화유산, 아니, 나의 문화유산을 답사해 보고 싶은 충동이 든다.

정말 멋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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