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Q정전 문학동네 루쉰 판화 작품집
루쉰 지음, 이욱연 옮김, 자오옌녠 판화 / 문학동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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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한 예술가가 다른 예술가에게 영감이 되어온 예는 수도 없이 많다. 이런 창조적인 자극의 전파에 있어서 장르가 다르다는 것은 장애가 되지 않는다. 멘델스존이 셰익스피어의 동명의 희곡과 괴테의 「발푸르기스의 밤」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한여름 밤의 꿈>을 작곡한 예에서처럼.

 

중국 현대문학의 거장으로 꼽히는 루쉰(魯迅)『아Q정전』이 중국의 대표적인 판화가인 자오옌녠(趙延年)의 판화와 함께 돌아왔다. 루쉰의 글은 자오옌녠의 작업에 어떤 영향을 끼쳤으며 자오옌녠은 루쉰의 글을 어떻게 해석했을까를 궁금해하며 첫 장을 펼쳤다. 

 

이름이나 본적은 고사하고 과거에 어떤 삶을 살았는지에 대해서도 전혀 알려진 바가 없는(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그것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없기 때문이겠지만) 아Q는 웨이좡 마을의 토지신과 곡식신을 모시는 사당에서 지내면서 마을 주민들의 필요에 따라 이 집 저 집 날품팔이를 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인물이다. 내세울 것 하나 없는 아Q지만 자존심 하나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아 스스로를 웨이좡 마을의 그 누구보다도 '옛날에는 잘살았고' 아는 것도 많은 데다 '일도 잘하는' 거의 '완벽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게다가 사람들에게 늘 맞고 무시당하고 놀림을 받으면서도 그는 나름의 논리에 근거해 '그래도 결국 승자는 나'라는 결론을 내린다.

 

물론 아Q의 극단적인 자기 긍정성이 지닌 플러스 요인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잘 나가는 기업을 위해 SWOT분석이 필요하듯 우리 인간들도 어제보다 나은 오늘, 오늘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개인의 강점(Strength), 약점(Weakness), 기회(Opportunity), 위협(Threat) 요인을 분석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여기에 아Q의 문제가 있다. 그는 자신의 강점과 기회만 바라볼 줄 알았지 자신의 약점이나 자신을 둘러싼 위협요인의 존재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인물인 것이다. 현재 상황에 만족한다면 굳이 개선점을 찾을 필요를 못 느낄 것이며 그렇다면 언제고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아가도 문제될 것이 없다.

 

루쉰은 신해혁명을 전후로 펼쳐지는 아Q로 대표되는 웨이좡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중국인들의 전근대적이고 모순되는 태도를 강하게 비판한다. 계속 그렇게 살다가는 혁명이 아니라 혁명 할아버지가 일어난다해도 그것은 단지 그럴듯한 이름을 빌린 기득권층의 자리바꿔앉기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말이다. 프랑스대혁명 때도 아Q는 있었다는 로맹 롤랑의 말처럼 아Q의 모습은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어느 곳에서든 발견된다. 어쩌면 내 안에도 아Q정신이 도사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루쉰의 따끔한 일침을 교훈 삼아 나를 다시 되돌아 볼 기회를 가져야겠다.

 

아! 그리고 자오옌녠은 40점의 판화작품을 통해 『아Q정전』을 해석해 보였는데 소설을 다 읽은 후 그림만 훑어보는 것으로도 마치 책을 다시 한 번 읽는 것과 같은 가슴 뜨끔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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