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드 그린 토마토 민음사 모던 클래식 39
패니 플래그 지음, 김후자 옮김 / 민음사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어떤 영화를 굉장히 재미있게 보았는데 알고보니 그 영화에는 원작소설이 존재하고 있었다고 치자. 혹은 감명 깊게 읽은 소설이 영화화 되었다고 가정할 수도 있겠다.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많은 영화가 감독이 어떤 방향으로 원작의 이야기를 해석하고 옮겨 놓았는가에 따라 동일한 이야기임에도 꽤나 다른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보여지기도 한다. 누구는 영화가 더 좋았다고들 하고 또 누군가는 영화가 원작의 뛰어난 성과를 제대로 해석해내지는 못했다고들 한다.

그리고 아주 드물게, 원작과 영화가 모두 훌륭하다는 반응이 존재하기도 한다.

   

영화, <미저리>의 여주인공으로 널리 알려진 배우, 캐시 베이츠의 엉뚱하고도 귀여운 모습이 인상 깊었던 영화,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의 원작이 된 동명의 소설이 민음사의 '모던클래식 시리즈'로 나왔다는 이야기에 환호성을 내지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조용한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원작 소설에 대한 궁금증 또한 분명 생길 것 같다.

 

영화와 소설은 그야말로 '원작'이라는 단어가 무색하지 않게 동일한 구조로 전개된다. 다만, 나에게 무엇보다 큰 차이로 다가왔던 것은 그 옛날 휘슬스톱 카페를 운영하던 이지와 루스의 관계였다. 영화에서 그려졌던 조금은 어슴푸레했던 이 둘 사이의 관계에 비해 원작소설에서 그려진 이들 두 여인의 관계는 분명, '사랑', 그러니까 우리가 흔히 말하는 남녀 간의 '사랑'의 바로 그 '사랑'이었다. 저자에 대한 사전 정보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글을 읽다가 '혹시나?'하는 생각에 책 앞 날개를 찾아 읽어보니 저자인 패니 플래그는 '레즈비언임을 당당히 드러내고 남녀평등 헌법 수정안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등 정치의식이 뚜렷한 작가'라고 쓰여 있었다. 주변에서 사랑에 빠지고 결혼하는 남녀 커플은 많지만 사랑에 빠지고 결혼하는 여-여 커플이나 남-남 커플과는 가까이 지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서로에게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사랑에 빠지는 이지와 루스의 모습이, 그리고 무엇보다 이들 둘이 사랑에 빠지고 한 집에 살며 부모로서 한 아이를 키워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주변인들의 모습이 더할 나위없이 자연스럽다는 것이 너무나도 새롭게 다가왔다. 내가 그 동안 '당연하'고 '정상적'인 사랑이라고 생각해왔던 것은 이성간의 사랑뿐이었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나는 얼마나 큰 편견에 사로잡혀 살아가고 있었던 것일까.

 

1980년대를 살아가던 삶의 방향을 잃은 의기소침한 가정주부 에벌린 카우치를 위로했던 1920년대의 앨라배마 주 휘슬스톱 사람들의 이야기. 특히 매일의 생활을 통해 스스로의 얼굴을, 그리고 삶을 만들어가며 살아간 이지의 모습에서 나도 조금쯤은 용기와 지혜와 웃음을 얻을 수 있었다.

드물게도 원작과 영화가 모두 좋았던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덕에 행복한 주말을 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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