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우셰스쿠 - 악마의 손에 키스를
에드워드 베르 지음, 유경찬 옮김 / 연암서가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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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12월 22일,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의 공산당 중앙위원회 앞 광장에 전국에서 동원된 수만 명의 군중들이 며칠 전 헝가리 국경 근처의 아름다운 도시 티미쇼아라에서 일어난 소요사태에 관한 차우셰스쿠의 시국 연설을 듣고 있었다. 갑자기 한쪽 귀퉁이에서 "티미쇼아라! 티미쇼아라!"라는 연호가 들리기 시작하더니 삽시간에 전체 군중을 한덩이로 만들어 버렸다. 차우셰스쿠의 종말을 고하는 신호탄이 자신의 안방에서 터진 것이다. 이후 3일 동안 은신처를 찾기 위해 처량한 도피행각을 벌인 이들 부부는 시골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자신들의 충복들이 주관했던 군사재판의 사형언도를 받고 즐결처분되었다.

초등학교 시절, 『만화 세계사』쯤 되는 제목을 가진 책을 통해 '차우셰스쿠'와 '엘레나'라는 이름의 인물을 처음으로 만났다. 그림 반 글씨 반인 책이었지만 그 내용은 상당히 충격적이었는데, 그도 그럴것이 정확히 무엇을 어떻게 했길래 그런 처참한 말로를 겪은 것인지를 모르겠으나 여하튼 주인공(?) 두 남녀가 마지막에 총살을 당했기 때문이다. '요술공주 밍키'나 '천사소녀 새롬이'의 근황을 체크하는 것 만으로도 바빴을 초등학교 학생 앞에 몇 십 발의 총알를 몸에 박은 채 숨져간 괴물 독재자로 묘사된 두 인물이 난데없이 나타났으니 그 아니 충격이었겠는가.
그렇게 내 기억 속에 잔인한 형태로 자리매김한 두 인물이 지난 2009년 '헤르타 뮐러(그녀는 티미쇼아라에서 독문학을 전공한 후 차우셰스쿠가 죽기 2년 전 가까스로 루마니아를 탈출해 독일에 정착했다.)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과 함께 다시 내 기억의 수면으로 떠오르더니, 이번엔 『차우셰스쿠-악마의 손에 키스를』이란 책을 통해 다시금 나를 찾은 것이다.

유럽 발칸반도에 위치한 루마니아는 터키의 지배에서 벗어난 후 왕국과 인민공화국을 거쳐 1965년 사회주의 공화국이 된다. 이후 차우셰스쿠의 철권 통치 하에 신음하던 루마니아는 결국 1989년 루마니아 혁명을 통해 니콜라에 차우셰스쿠를 권좌에서 몰아내게 된다. 책은 차우셰스쿠 부부의 이승에서의 마지막 3일을 묘사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그의 철권통치 하에 신음하던 루마니아의 사회를 이야기하고 그가 이 세상에서 사라진 지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루마니아에 드리워져 있는 차우셰스쿠 부부의 망령에 대해 이야기한다.

풍부한 자원 덕분에 다행히도 국가로서의 그 명맥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국민은 굶주림에 고통받고 있는 나라, 루마니아. 차우셰스쿠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지 20여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독재의 잔재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슬픈 루마니아. 
예나 지금이나 지도자의 자리에 어떤 인물이 앉아 있는가는 국가의 운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지도자와 국가를 신뢰하되, 관심과 책임감을 갖고 국가의 향방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태도 또한 매우 중요함을 다시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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