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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트렌드 연감 2009
NHN(주) 지음 / 시드페이퍼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사람의 기억은 유한하다. 하지만 우리는 대상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기억하고자 하는 욕망 또한 가지고 있다.
문자, 통계, 기록법, 책, 이 모든 것은 바로 이러한 인간이라는 동물의 모순되는 능력과 욕망의 결합체가 아닐까.
몇 년 전부터 매년 말, 나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며 내 인생의 <10대 뉴스>를 정리해 블로그에 올리고 있다. 작년도 예외는 아니어서 2009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내 인생에서 일어난 일 중 가장 의미가 있다고 생각되는 사건 10가지를 꼽았다(정말 힘들었다!). 당시에는 매우 의미가 있다고 느껴졌던 일들이 몇 년, 아니 몇 달, 몇 일만에 기억에서 자취를 감추게 되는 서글픈 사태를 막기 위해, 그리고 미래의 어느 날 문득 나의 2009년이 궁금해졌을 때 손쉽게 들춰볼 수 있는 자료로 남기기 위함이다.
'블로그'와 '검색'이라는 키워드를 들고 나타나 이제는 내 삶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게 된 네이버Naver. 그곳에서 내놓은 『네이버 트렌드 연감 2009』를 읽었다. '나'라는 작은 세계를 둘러싼 좀 더 큰 세계는 지난 2009년 동안 무슨 일들을 겪었을까?
<검색어로 읽어보는 2009년 트렌드>라는 부제(?)를 단, 『네이버 트렌드 연감 2009』는 총 3개의 파트로 구성된다.
PART1. 시간별 일간 검색어
PART2. 15개 분야별 통합 검색어 1만위
: 경제/환경/스포츠/사회와정치/문화와예술/건강/교육과학문/컴퓨터와인터넷/세계와여행/게임/뉴스와미디어/쇼핑/생활/엔터테인먼트/인물과사람
PART3. 검색어를 통해 본 09년 우리의 사회와 문화
: 우리를 기쁘게 한 것들/ 우리를 슬프게 한 것들/ 우리가 누린 문화들
평소 소설과 같은 문학작품 형태의 텍스트를 읽는 데 익숙해진 난, 처음 이 책을 펴 들고는 깜짝 놀랐다. 대충 짐작은 했었지만 막상 검색어 순위가 주루룩 나열된 본문을 접했을 땐, '이거 이거..재미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다 읽지?'라는 생각이 덥썩 들어버렸던 것이다. 하지만 이게 왠 걸? 정말 신기하게도 책을 잡고 한 자리에 앉아 끝까지 다 읽어버렸을 정도로 의외의 재미가 쏠쏠하다. 내가 특히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은 PART2 중 나의 관심분야(환경/사회와정치/문화와예술/교육과학문/세계와여행/생활/인물과사람)와 PART3였다. PART2에는 각 분야별 대표적 인물 1인의 짧은 인터뷰도 실려 있는데 생태적 감수성이 드러난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황윤, 숭례문 복원의 단청공사에 참여한 장인이자 한국 단청연구소 설립자인 홍창원, 한글을 문자로 차용한 찌아찌아 족을 최초로 발견한 한국외대통번역대학 초대 학장 전태현, 한복 디자이너이자 보자기 아티스트인 이효재씨의 인터뷰가 특히 흥미로웠다.
4천만 네티즌이 2009년 한 해 동안 검색했던 수백억의 질의어 중 상위 1만위 검색어를 통해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관심 있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살펴 볼 수 있는 책자이자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지난 한 해를 다시 돌아볼 수 있게 하는 동시에, 먼 미래에 2009년의 기록을 담은 의미 있는 자료가 될, <네이버 트렌드 연감>
매년 한 권씩 사 모아도 재미있을 만한 책이다. 단, 네티즌들의 검색어가 필연적으로 해당 기간의 주요 이슈와 일치하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