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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이야기 - 해보지 않고 두려움만 키우는
EBS대한민국성공시대 엮음 / 에이트스프링스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지금보다 조금 더 어렸을 적, 어디선가 이런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물이 반쯤 담긴 컵을 보고 어떤 이는 "물이 반 밖에 남지 않았잖아."라고 투덜대고 어떤 이는 "물이 반이나 남았네."라며 감사해 한다는. 이런 작은 태도의 차이가 사람의 인생을 바꾸어 놓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말이다.
나는 어떤 태도를 갖고 있는 사람일까. 대체로 긍정적인 성격을 지녔다고는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득 모든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지고 대상이 지닌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면이 더 부각되어 보여질 때가 분명 있다. 게다가 과거의 습관이나 고정관념에 편안히 안주하고자 하는 경향마저 때때로 나를 찾아오는 것이다. 바로 그런 순간, 나의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주고 두려움 없이 새로운 곳을 향해 첫 걸음을 내딛도록 도와줄 책을 만났다. 『지구인 이야기』, 즉, 지혜를 구하는 사람(人)들의 이야기다.
예전에 아는 분이 EBS라디오의 <대한민국 성공시대>에 출연하신 적이 있다. 그 때 그 분과 함께 라디오 스튜디오를 찾아 처음으로 이 방송을 접했다. 자기계발과 관련된 이야기를 전해 줄 만한 분을 게스트로 초청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초청자는 물론 직접 그 현장을 찾은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열정을 담은 눈빛을 반짝이며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질의응답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왠지 모르게 가슴이 조금 뭉클해졌던 기억이 난다. 바로 그 <대한민국 성공시대>의 감동적인 클로징 멘트들을 모은 책이 『지구인 이야기』다.
자自전
나는 내 꿈에 당당한 사람인지, 나의 미래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다시 한 번 돌아보는 시간,
다만 열정을 다해 내 길을 걸어가는 나는 꿈꾸는 지구인.
공共전
언제나 세상을 향해 열려 있는 가슴이기를, 나의 심장이 언제나 타인을 향해 뜨겁기를, 세상 속에서 느끼는 아픔을 돌아보는 시간,
그렇게 함께 걸어가는 우리는 따뜻한 지구인.
책은 이렇게 자전과 공전, 두 개의 테마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다섯 살 때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하여 출전하는 콩쿠르마다 상을 휩쓴 피아노 신동이 있었습니다. 10대 초반부터 수준 높은 곡들을 작곡했고, 이미 20대에 성공한 음악가의 반열에 오른 라울 소사입니다.
성공적인 음악가로 승승장구하던 어느 날, 그는 오른손 두 손가락의 신경이 마비되는 불의의 사고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피아니스트에겐 치명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지요. 그의 인생은 그렇게 비극으로 끝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라울 소사는 오른손에서 시선을 옮겼습니다. 그리고 차분히 읊조렸습니다. "내겐 아직 왼손이 있다."
라울 소사는 장애에 굴하지 않고 왼손만을 위한 작품들을 발굴해냈습니다.
그리고 한 손만으로도 충분히 청중을 압도할 수 있다는 걸 그의 왼손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자전 <황금의 왼손, 라울 소사> 中-
야구장에서 신발을 닦는 일을 하던 한 소년이 어느 날 야구 감독에게 물었습니다. "감독님, 야구공은 어떻게 저렇게 멋진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죠?" 감독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야구공을 보렴. 거기에는 실로 꿰맨 자국이 있잖니. 그 상처자국 때문에 야구공이 멀리, 더 높이 날아가는 거란다."
실로 꿰맨 상처자국이 공을 멀리 보내는 원동력이라는 감독님의 말씀을 가슴 깊이 새겨 자신의 불우한 환경을 핸디캡으로 여기지 않고 오히려 더 큰 꿈을 꾼 소년. 바로 아프리카 가나에서 고달픈 어린 시절을 보낸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입니다.
-공전 <우리 인생의 멋진 포물선> 中-
이처럼 짧지만 그 여운은 긴 이야기들이 가득담겨 있는 책, 『지구인 이야기』.
우리를 둘러싼 상황에 대해 화를 내고 내가 갖지 못한 것을 무작정 그리워만 하기 보다 그런 감정이 슬그머니 고개를 내밀려고 할 때 이 책을 읽어보는 건 어떨까.
누군가에게 선물해 주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