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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나는 바깥으로 들어갔다 - 스물여섯의 사람, 사물 그리고 풍경에 대한 인터뷰
최윤필 지음 / 글항아리 / 2010년 2월
평점 :
문패를 '바깥'이라고 달기로 했다. 큰 흐름의 바깥, 스포트라이트의 바깥이라는 의미려니 여겼으면 좋겠다. 주류 혹은 집단 가치의 울타리를 넘어서고자 하는 도전적 의미의 아웃사이더도, 세勢에 쫓겨 변두리로 밀려난 주변인도 이 마당의 손님이 될 수 있다. 대개는 사람이겠지만, 공간이나 잊힌 시간, 또 그 시간 속의 이야기도 초대될 것이다.
바깥은 안과 맞버텨야만 서는 단어다. 그래서 경계境界가 필요하다. 하지만 나의 경계는 아주 허술하고 느슨할 것이다. 이따금 "어떻게 이게 바깥이야?!" 하며 시비 삼고 싶은 경우도 있을 것이다. 경계의 경계警戒가 삼엄하지 않은 사회, 안과 바깥이 평화롭게 바뀌기도 하고 섞이기도 하는 세상, 아예 구분이 무의미해지는 마당을 우리는 바란다.
최윤필, 『어느 날 나는 바깥으로 들어갔다』
굳이 우리 사는 공간을 '안'과 '바깥'으로 나누기로 한다.
그어진 선線에 긍정하는 이 있겠고, 어째서 A가 '안'에 속하고 어째서 B는 '바깥'에 속하느냐 따져드는 이 있을 수도 있겠다. 자의에 의해서든 타의에 의해서든 소위 세상의 '중심'이 아닌 곳에 위치한 사람, 사물, 그리고 시간들. 물론, '바깥'이나 '변방'을 떠올릴라치면 별책부록처럼 따라오는 쓸쓸함이랄까, 아쉬움, 외로움 등이 겹쳐져 보일 때가 전혀 없었다고 한다면 그건 거짓말일 테다. 하지만 『어느 날 나는 바깥으로 들어갔다』를 읽으며 문득 떠올랐던 생각은, 어쩌면 바깥에 있는 자의 쓸쓸함, 아쉬움, 외로움이라는 것은 그들이 스스로를 그렇게 느끼는 것보다 그들을 바라보는 자들이 바깥에 있는 이들로부터 보고 싶어하는, 혹은 볼 것을 기대하는 무언가가 아닐까,라는 사실이었다. 그러니까 어쩌면 바깥에 있는 이는 자신이 바깥에 있다고 생각하지도, 그렇기 때문에 쓸쓸하고 외롭고 아쉽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있을 지 모른다는 것.
허술하고도 느슨한 '안'과 '바깥'의 경계
하지만 저자가 책머리에서부터 언급했듯, 그가 정의내린 '안'과 '바깥'의 경계는 다소 허술하고도 느슨하다. '안'과 맞버텨야만 성립하는 '바깥'이라는 공간. 하지만 그 둘을 가르는 경계가 삼엄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아니, 오히려 저자는 그 둘이 평화롭게 오가며 섞여드는 세상을 꿈꾸는 것이다.
바깥(?)의 삶
노인들의 2천원짜리 낙원을 그야말로 근근이 지켜나가는 종로구 낙원동 허리우드클래식 김은주 사장.
20세기를 관통해온 노老 프롤레타리아 직업혁명가 이일재.
시골마을을 돌며 마을 사람들과 어울려 영화를 만드는, 떠돌이 영화감독, 신지승.
대학로 주연급 연극배우였으나 삶의 요구에 백기를 들고 이제는 택배기사가 된 연극배우 택배기사 임학순.
"요즘 내가 나루토를 보고 있는데 느낀 게..., 존나 열심히 안 하면 안 될 것 같아. 근데 우린 열심히 안 하잖아. 우린 안 될 거야 아마.." 인디밴드, 타바코 쥬스.
박태환 선수의 훈련파트너이자 훈련파트너로 박태환 선수를 두고 있는 수영 국가대표, 배준모.
1등만을 기억하는 세상, 아름다운 넘버 3, 산악계의 휴머니스트 한왕용.
그리고 시간강사, 손 모델, 군무 발레리나, 미얀마 난민, 호랑이를 찍는 다큐감독, 막걸리, 폐기처분되는 책들, 출판사 개마고원 사장 등.
스물여섯의 사람, 사물, 그리고 풍경에 대한 인터뷰.
다양성이 인정되는 세상을 꿈꾸며
'안'과 '바깥', '주류'와 '비주류', '중심'과 '변방'.
이제껏 접해온 이들 단어들이 풍기는 상호반목적인 뉘앙스가 뇌리 깊숙이 박혀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혹은 소위 경계 밖에 위치한 이들을 바라보는 내 시선이 뒤틀린 것인지도. 몇몇 인터뷰이를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에서 연민을 감지하고 불편한 감정을 느끼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 다섯개를 주고싶다. "인터뷰는 처음"이라는 인터뷰이들의 삶을 접하며 이들의 이야기를 양지로 끌로 나와 준 저자에게 고마웠고, 이들이 더 이상 '바깥'이 아닌 '안'과 '바깥'의 경계가 허물어진, 그저 '사람사는 세상'을 다채롭게 해 주는 평범한 인간으로서 받아들여지길 꿈꿔봤다. 추천하고픈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