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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다섯의 사춘기 - 사랑, 일, 결혼, 자신까지 외면하고픈 30대의 마음 심리학
한기연 지음 / 팜파스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그들이 어느 연령대보다도 삶을 힘들어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삼십대 중반이라면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하고 자신이 주체가 되어 꾸려나가는 삶을 짧게는 5년에서 길게는 10년 정도 살았고, 어느 정도 경제적 독립을 이룰 나이이다. 또한 자신의 능력이 무엇인지를 확인해보기도 하고 한계를 경험하기도 하면서 인생이라는 도정을 어느 정도 걸어왔다는 자각이 생기는 나이이다. 이때쯤이면 지나온 세월의 공과 과가 보이면서 머뭇머뭇하는 사이에 인생이 어떻게 흘러가게 되는지를 알게 된다. 이 길을 그냥 갈 것인지, 어떤 방향 전환을 모색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또 결정할 수 있는 마지막 연령대이기도 하다. 이직 혹은 전직을 할 수도 있고, 유학을 가거나 다시 대학이나 대학원을 갈 수도 있다. 선택지는 많기도 하다. 대학에 입학하면서 다 끝난 줄 알았던 진로의 고민을 다시금 치열하게 하다 보니 아프고 힘들다.
얼마 전 모처에 회원가입을 하면서 신상정보를 적다가 연령대를 선택하라는 질문에 20대를 지나쳐 30대에 동그라미를 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그렇구나. 난 더 이상 20대가 아니구나. 뭘 해도 그냥 귀엽게 봐 넘겨질 수 있는 시기와는 이제 정말 굿바이로구나.
내 나이가 더 이상 1자로 시작하지 않고 2자로 시작하게 될 즈음에도 문득, 야릇한 기분을 느끼곤 했었는데 이제 더 이상 2가 아닌 3자를 시작으로 내 나이를 표현할 시기가 오고야 만 것이다. 예의 그 야릇한 기분과 함께.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나 그 시기를 장악하고 있는 고민과 문제는 분명 있을 것이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유치원 시절에도 나름의 고민이 있었던 듯 하니 다른 시기는 말 다 했다고 볼 수 있겠지.
인간은 지극히도 자기중심적인 존재라서 자신앞에 놓인 문제가 세상에서 가장 크고 중요하고 해결하기 어려운 것처럼 보이는 게 정상이다. 나도 그랬으니까. 10대 때는 내 짝사랑이 가장 가슴이 아팠고, 20대 때는 직업선택에 대한 나의 고민이 가장 고통스러웠다. 그리고 30대. 30대에 접어든 나의 고민은 어떠한가. 물론 연령대에 따라 내 마음 속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슈가 조금씩 달라져왔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의 내 삶을 가로지르는 가장 큰 고민 두 개는 일(공부)과 사랑이었던 듯 하다. 그리고 30대에 접어들면서 일과 사랑에 대한 고민의 강도는 나날이 그 세기를 더해가고 있어 사실, 괴롭다.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을 한다.
지금 하고있는 일을 계속해야 할까. 지금 몸 담고 있는 직장과 나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일까. 나도 이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야 하지 않을까. 세계일주를 하고 싶다던 나의 꿈은 어떻게 되어버린걸까. 더 늦기 전에 공부를 다시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왜 나는 10대 때에, 20대 대에 끝내야 할 고민을 30대가 된 지금도 하고 있는 걸까.
나.는.지.금.제.대.로.살.고.있.는.것.일.까.
심리상담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는 저자는 자신을 찾는 내담자 중 대다수가 삼십대 중반 여성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말했다. 삼십대 중반의 여자들은 사랑이 어렵고, 일이 힘들고, 사람이 두렵다고. 그래서 그들을, 아니, 우리들을 위해 책을 썼다고 말이다.
책은 총 6부로 구성되어 있고, 그 안에는 저자의 상담클리닉을 찾은 이들이 털어놓은 고민과, 그에 대한 저자의 조언이 담겨 있다.
책의 구성
1. 서른다섯이 두렵다.
2. 사랑, 참 어렵다.
3. 일, 인생의 목표라 하기엔 너무도 서글픈
4. 내 안의 나를 발견해야 할 때
5. 결혼, 꼭 해야 할까
6. 내 인생에 입 맞추기
30대 여성 직장인이라는 공통분모를 지닌 이들이 털어놓은 고민과 그에 대한 저자의 조언을 통해 나도 상당부분 위로를 받았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래. 지금 내가 하고있는 고민은 나만의 것이 아니야. 내가 못나거나 구제불능이라서 아직까지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고. 물론 너무 낙천적이기만 한 잣대를 들이대 나 스스로를 평가하는 것도 위험한 일이지만 내가 갖고 있는 문제 때문에 고민의 나락으로 떨어지지는 말자. 저자가 말했듯, 앞으로 기회는 많이 있으며 난 아직도 충분히 젊고 아름다운 나이를 살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