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 흐름출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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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은 처음 읽는 것 같다. '회고록'말이다. 표지에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라고 적혀 있다. 그런데 소설일 거라 착각한 이유는 뭘까. 차라리 소설이면 좋겠다. 이 책에 나온 이야기가 전부 저자가 실제로 겪은 일들이라니... 영화나 소설같은 이야기지 뭐겠나. 412쪽까지 전부 읽는 동안 나는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저자 J.D.밴스에게 너무 감정이입을 한 탓이다. 밴스는 아직 서른한 살밖에 되지 않았다. 나와 겨우 한 살 차이가 나는데 엄청난 일들을 견디며 살았다. 마약중독자 엄마와 일찌감치 친권을 포기한 생물학적 아빠, 몇 번이고 바뀌는 엄마의 남자들... 그리고 이런 불안정한 가정으로만 가득한 동네. 도저히 벗어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자란 곳이 온통 심각한 가정문제를 겪고 있는 가정뿐이었으니까. 

 

 

 

 

 

 

 

미국 사회의 백인 노동층의 삶에 놀랐다. 미국인데, 그 강대국 미국인데 저자처럼 심각한 가정환경에 처한 사람들이 꽤나 많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힐빌리를 벗어나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31세 밴스는 15살의 밴스를 꼭 빼닮은 브라이언이라는 학생을 만났다. 아직도 '힐빌리'의 삶은 처절하다는 이야기다. 이 대목에서 저자는 미국의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그런데 '힐빌리'는 개인에게도 문제가 있었다. 책임감과 사명감같은 힐빌리의 삶을 벗어날 의지는 부족한데 힐빌리 간의 의리는 대단하다. 자존심이 강하다. 불의를 마주하면 살인도 할만큼. 힐빌리의 문화는 이주를 해도 마찬가지다. 이주해서는 오히려 힐빌리가 아닌 이웃들과 괴리를 느낀다. 마치 하나의 부족같다. 대부분의 힐빌리는 벗어나고 싶어도 자꾸만 위기에 처하는 가정환경 때문에 발을 빼지 못한다. 

 

 

 

 

 

 

 

지금, 당시 상황을 쓰기 위해 기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극심한 불안이 밀려든다. - p.247


이 기분, 나도 잘 아는 감정이다. 때때로 잊고 싶은 기억을 떠올리면 극도로 불안해지고, 우울하고, 더이상 살아갈 수 없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이 책을 쓰는 동안 저자는 끔찍한 기억들을 떠올리며 얼마나 힘들었을까. 엄마에게 죽임 당할 뻔하고, 엄마와 엄마 남자친구가 싸울 때마다 느낀 공포 때문에 트라우마가 생겼는데도 불구하고 엄마를 사랑했다. 이런 이야기가 생각보다 간결하고 담담한 문장들이라 더 아프다.

 

 

 

 

 

 

 

 

힐빌리는 부부싸움도 과격하다. 이 동네에선 밴스의 가족만 그리 비정상적으로 싸우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의 싸움을 목격하는 것과 같이 사는 엄마와 엄마의 남자친구의 싸움을 겪는 건 다르다. 사랑하는 엄마와 아버지 후보의 싸움을 견디는 건 도저히 적응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을 것이다. 밴스는 늘 그런 싸움을 보고 자랐기에 그게 어른들끼리 말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아이가 정신 멀쩡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이 책에서는 미국 사회가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고 있다. 마약 문제도 문제지만, 밴스가 엄마에게 죽을 뻔했을 때 이야기다. 아이가 엄마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면 엄마와 격리는 물론이지만 아이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거나 아이가 같이 살고 싶어하는 가까운 친척에게도 양육권을 넘겨주진 않는다. 아이는 보호시설로 넘겨지는 것이다. 저자는 엄마와 살고 싶지 않아도 할머니와 살기위해 엄마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지 않았다. 이게 대체 무슨 법인지 모르겠다. 아이가 견디기엔 너무나 가혹하다. 

 

 

 

 

 

 

 

 

고함치는 일, 무언가가 깨지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집을 놀라워했던 밴스가 안쓰럽다. 빈곤층 사람들이 복지 제도를 악용하는 것을 목격하고 분노에 차올랐던 열일 곱살 밴스도 안타깝다. 많은 것을 배웠던 해병대와 끝까지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도록 지지해주었던 할머니, 한 발 먼저 힐빌리를 벗어난 위 이모와 린지 누나를 통해 사랑받고 의지하여 결국 밴스도 성공을 했다. 지금은 대학시절의 버팀목이었던 연인과 결혼하여 개 두 마리와 잘 살고 있다고 하지만 가끔 악몽을 꾸는 일은 여전하다고 한다. 아픈 기억을 떠올려 미국 사회에서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담은 회고록을 펴낸 것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아직도 이 책이 실화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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