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으로 읽는 일제강점실록 한 권으로 읽는 실록 시리즈 9
박영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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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광복 72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일제강점 시대'라는 단어를 생각했을 때 어딘가 부끄럽고, 갑자기 화가 솟구치고, 밑도 끝도 없이 무력감과 불안감에 시달리고, 누군가를 공격하고 원망하고 싶은 감정에 사로잡히고, 되도록 망각하려고 애쓴다면 「한 권으로 읽는 일제강점실록」을 꼭 읽어봐야 합니다. 수치와 고난의 역사로만 기억됐던 일제강점 시대를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에요. 저는 '일제강점기'하면 그 시절 태어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막연하게 말할 수 없이 아픈 역사라고만 생각했었어요. 이 책을 읽고나니 이제 화나고 아프기만 하지 않습니다. 서문에서부터 치유받는 느낌이었거든요. 나무가 고목이 되면 쓰러져 죽고, 그 죽은 고목을 자양분 삼아 새로운 새싹들이 자라납니다. 저자는 일제강점 35년이 조선왕조라는 고목이 죽어 확실히 썩어 대한민국이라는 새싹을 틔워내는 자양분을 만드는 세월이었다고 말하고 있어요. 과연 그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 어느 역사보다도 급변한 시대를 단순하게 '지배와 저항'이라는 두 단어로 표현할 수 없다는 말에, 그동안 제가 그 역사를 겪어보지 않았다고 너무 남 이야기처럼 별 생각없이 여겼던 것을 깨달았습니다.

 

 

 

 

 

 

 

 

연대별로 나누어 그 안에 세계사와 주요 사건, 인물들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인물이 활동했던 날짜와 단체명, 설립학교명, 지명 등이 자세하게 많이 나오는 것을 전부 기억할 순 없지만 흐름을 따라 읽기 때문에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한 번 보고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어느 한 부분에 얽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주요 사건에서 서술했던 이야기가 인물 설명부분에도 다시 나오기 때문에 익숙한 단어들이 보여요.

 

 

 

 

 

 

1919년 9월 2일, 부임을 위해 남대문 정거장에 도착한 제3대 총독 사이토 마코토가 마차에 오르는 순간, 수류탄 한 발이 마차를 향해 날아들었다. 이어 수류탄 파편에 수십 명이 목숨을 잃거나 상해를 입었다. 불행히도 암살 대상이었던 사이토는 무사했다. 이 사건을 일으킨 인물은 블라디보스토크 신한촌 노인단 길림성 지부장 강우규였다. 1855년에 평안남도 덕천에서 태어난 그는 이때 이미 환갑을 훌쩍 넘긴 백발의 노인이었다. 그의 직업은 한의사였고 동네 아이들을 모아 유학을 가르치기도 했다. (… …) 사건 현장을 빠져나온 강우규는 동지 오태영의 소개로 장익규, 임승화의 집에 숨어 지냈다. 하지만 독립운동가들 탄압에 앞장섰던 총독부 고등계 형사이자 일제의 앞잡이였던 김태석에게 꼬리를 밟히고 말았고, 결국 거사 15일 만에 붙잡혀 수감되었다. (… …) 그는 재판 중에 한 치 물러섬 없이 당당했고, 자신의 행위는 나라를 빼앗은 도둑들에 대한 응징의 일환으로 정당하며, 어떠한 잘못도 없다고 말했다. (한 권으로 읽는 일제강점실록, pp.179-180)

 

「한 권으로 읽는 일제강점실록」은 이렇게 한 인물에 대하여 아주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태어난 곳은 물론 부모가 누구인지, 직업은 무엇인지, 언제 어디서 무슨 활동을 했는지, 누구와 무슨 단체에 있었는지, 종교, 이념, 사생활, 죽음의 순간 등 모든 것이 담겨 있어요. 독립 운동가뿐 아니라 친일파와 일본인에 대해서도요. 제1대 통감 이토 히로부미, 매국노 이완용이 누구인진 알지만 이 사람들이 어떻게 태어나고 성장했는지에 대해선 잘 몰랐거든요. 이외에도 평소 잘 몰랐던 인물들을 한 권으로 다 익힐 수 있다는 책이라는 게 놀랍습니다.

 

 

 

 

 

 

<밀정>이나 <군함도>, <박열>, <동주> 등의 영화들이 흥행하면서 어느 때보다 일제강점 시대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졌어요. 부끄럽지만 솔직하게 이런 영화들을 보면서 화가 치밀어 오르고 마음이 아팠는데도 영화 소재로는 꽤 괜찮다고 얕은 생각을 한 적도 있어요. 일제강점 시대에 대해 보다 자세한 걸 궁금해하진 않았지요. 이 책에 담긴 그 시대를 지배했던 총독과 일본인, 친일 관료와 친일 세력, 그들의 정책과 그 정책이 한국인에게 끼친 영향, 억척같이 살아낸 민초들의 삶, 세계사의 흐름과 그 흐름이 한국인에게 끼친 영향같은 것을 말이죠. 정치, 경제부터 문화까지 일제강점 시대에 대한 모든 것을 담았기 때문에 그 시대를 더욱 깊이 알 수 있었는데요. 1870년대 개항기부터 1940년대 민족 분단까지, 우리 역사의 '아픈 손가락'인 일제강점 시대를 지배와 저항이라는 이분적인 논리에 한정하지 않고 총체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총체적이고 다원적인 관점으로 서술한 책이라 역사 공부(학창 시절 교과서로 배우는 그 공부)를 놓은 지 한참 된 30대의 저도 크게 어려움없이 흐름을 따라갈 수 있었어요. 어렵지 않으면서 알차게 역사를 배우고 싶고, 일제강점 시대를 단 한 권의 책으로 섭렵하고 싶은 역사 초심자에게 딱 알맞은 책입니다. 「한 권으로 읽는 일제강점실록」은 '한 권으로 읽는 실록'시리즈의 완결판인데, 「한 권으로 읽는 일제강점실록」을 읽고 왜 '한 권으로 읽는 실록'시리즈가 왜 200만 독자를 사로잡은 역사 분야 최고 베스트셀러인지 알 것 같았습니다. 다른 실록시리즈도 읽어 보고 싶네요.

 

 

 

 

 

「한 권으로 읽는 일제강점실록」은 우리가 알아야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주요 사건들을 10년 단위로 정리하여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던져줍니다. 대표적으로 수천 명의 한국인 독립 군단이 러시아군에 의해 와해된 자유시참변을 비롯해, 일제의 허위 보도로 만주 한국인들이 중국인들을 공격한 완바오산(만보산)사건, 제주 해녀들의 경찰 주재소 습격 사건 등은 독립운동사중심의 역사서에서는 만나기 어려웠던 이야기입니다. 특히 이 세 사건은 전혀 몰랐던 사실이었어요. 이제라도 알게 되어 다행입니다. 유익한 책을 만나 기쁩니다. 앞으로도 많은 분들이 우리 역사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사실을 정확히 알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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