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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독서 (리커버 에디션) - 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위대한 생각들
유시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유시민 저, <청춘의 독서>는
2009년 출간된 적이 있는데 리커버 에디션으로 다시 출간되었다.
그런데 나에겐 무척이나 생소한 책이다.
일단 유시민을 모른다.
저자 소개를 보니
정치인이기도 했고, 책도 수 권 냈고, TV에도 나오는 분이다.
나는 TV를 거의 보지 않으며, 정치에 정말 1도 관심이 없어서 과연 이
책이 무슨 책인지 머릿 속에 물음표만 가득했다.
책을 다 읽긴 했지만 '지식소매상'이 무슨 의미인지 확실히 알 수는 없었다.
작중 '문화재만 그런 게 아니라 소설의 아름다움 역시 읽는 이가 아는 만큼만 보이는 것인가'라는 말이 있는데, 그 말대로 내가 아는 것이
없어서인지 정말 어려운 책이었다. 책을 한 번 잡으면 그 자리서
다 읽는 편인데 이 책은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아마도 내가 정치와 문명과 역사와 과학에 무지한 탓이리라.
하지만
'지식소매상' 유시민을 만든 14권의 고전을 다룬
책이기에, 문명의 역사에 이정표를 세웠던 위대한 책들을
접해볼 수 있어서 기뻤다.
토머스 맬서스의 <인구론>이나 맹자의 <맹자>,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 소스타인 배블런의 <유한계급론>,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 등 이론을 다룬 이야기가 많이 담겨 있다.
이론뿐 아니라 정치에 관련된 고전이 많이 나오는데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14권의 고전에 대한 유시민의 생각에 나는 나름대로 '그렇구나'
정도로 고개를 끄덕이긴 했다. 나는 전혀 유시민의 정치성향을 모르기 때문일지도. 그런데 정작 나는 이론이나 정치, 문명 자체를 제대로 이해
못했기에 이 고전에 대한 내 생각은 어떠한지조차 파악할 수가 없었다.
비록 나에겐 너무나 어려웠지만 언제나 못 읽어본 책에 대해선
항상 두근두근거린다.
14권의 고전 중에 하나도 읽어본 것이 없었는데 이 책을 통해 접할 수 있었던 점이 참 좋았다.
내가
읽은 책에 대해 감상을 이렇게 어렵게 쓰기도 처음인 것 같다. 혼란스럽다. 그저 고전을 접한 것만으로 만족해도 되는 걸지 아니면 유시민의
이야기에 중점을 두고 생각해야하는 건지 모르겠다. 고전을 다룬 유시민의 이야기인 책이니, 나는 고전을 다룬 유시민의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하는 건가.
그렇지만 머릿말과 맺음말, 목차에서 이 책은 저자가 세상을 향해 첫발을 내딛는 모든 청춘에게 권하는 지혜의
목록임이 느껴졌다.
그러니 많은 청춘들이 이
<청춘의 독서>를 통해 14권의 고전 속
그들이 남긴 발자취를 따라가며 오늘을 사는 지혜를 배우고 더 나은 내일을 그리는 가슴 벅찬 경험을 하게
되길 바란다.

05.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p.97
알렉산드로 푸시킨의 <대위의 딸>을 읽은
저자는 본인이 만약 소설가라면 역사를 거쳐오며 오늘까지 우리의 마음을 울리게 된 이야기를 담은 장편소설을 쓰고 싶다 말한다. 나는 이 말에 살짝
감동 받았다. 이 책이 소설은 아니지만 저자의 바람이 조금은 이루어진 것 아닐까?

04, 불평등은 불가피한 자연법칙인가
p.92
저자는 토머스 맬서스의 <인구론>을 다시
읽으면서 두려움을 느꼈다고 한다. 그 이유는 갖가지 편견과 고정관념을 지니고 살기 때문이라고.
나도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나는 얼마나 편견과 고정관념으로 일그러져 있을까?

12. 문명이 발전해도 빈곤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
p.273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에 관한
이야기다.
조지가 밝히려고 했던 진리는 분명하게 밝혀졌고, 저자는
그가 옳았으며 지금도 옳다고 한다. 그러나 사람은 보통 진리보다 이익을 중시하기 때문에 조지가 말한대로 진리가 받아들여지기는 어렵다며, 조지는
'근본적 변화'를 추구했지만 그것을 이루지는 못했다고 말한다. 대한민국도 크게 다르지 않은 과거가 있었다고.
이 대목을 읽고 나는 조지가
옳은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어도 적어도 진리가 밝혀져도 받아들여지긴 어렵다는 말에는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02. 지식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p.50
저자는 리영희의 <전환시대의 논리>를
읽고 지식인이 어떤 존재이며 무엇으로 사는지를 배웠기에 리영희 선생이 '사상의 은사'이며, <전환시대의 논리>는 품위 있는 지식인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 가르쳐준 인생의 교과서라고 말한다. 이 고전을 다시 읽으니 리영희 선생이 '너는
지식인이냐', '최선을 다했느냐' 등을 물어보는 듯하여 부끄러움과 두려움을 느꼈다는 저자의 모습이 나는 왠지 부러웠다. 나도 언젠가 위대한 책을
통해 인생을 배우고 나를 돌아보게 될 수 있을까?


09. 슬픔도 힘이 될까 p.185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이론에 대한 고전이야기도 많았지만 소설도 당연 있다.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대위의 딸>, 최인훈의 <광장>, 알릭산드르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하인리히 뵐의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가 나오는데 그 중에서도 나는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와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가 와닿았다.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에서 얼마 전 읽은
한수산의 <군함도>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를 현실의 대한민국에 대입한 유시민의 생각을
볼 수 있었는데, 인용문마다 분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에 몹시 불편했다.
결론은 나는 <청춘의 독서>에서 다룬 14권의
고전을 모두 직접 따로 읽어보고 싶다.
그렇다면 그야말로 '내 청춘의
독서'가 되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