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뢰즈의 '차이와 반복'에 대한 일급 연구서. 들뢰즈가 미/분화의 방식으로 자신의 철학을 창조했다면, 소바냐르그는 '차이와 반복'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다시 미/분화, 재구성해낸다. 다만 입문서가 아니라 연구서라는 점, 따라서 입문자에게는 다소 버거울 수 있겠다. 반면 들뢰즈의 철학을 어느 정도 숙지했지만(즉 '차이와 반복'을 직접 읽었거나 직접 읽기를 시도해 본 경우) 세부적인 갈림길에서 헤맨 경험이 있는 독자들에게는 한 줄기 탐조등의 불빛이 되어줄 책.
보편과 특수, 그리고 독특성과 종별성의 문제틀에 입각해 역사적 자본주의와 한국영화의 관계를 탐사하는 야심찬 시도. 프랑스 철학과 각종 영화-정치 이론을 솜씨 좋게 엮어내고 있다. 불필요한 군더더기 없이 바로 본론으로 치고 들어가는 서술 방식 또한 깔끔하다. 다만 지면의 제약 때문이라 짐작되는데, 사유를 좀 더 충분히 전개하는 대신 서둘러 사유의 축을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는 듯한 대목이 더러 눈에 띈다. 그렇다 해도 충분히 훌륭한 시도임에는 틀림 없다. 저자의 후속 작업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