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뉴스들을 보면 지구 어딘가에는 매일 전쟁을 치르는 중이다. 그저 무료한 일상. 누워서 TV를 보다가 내전, 전쟁 이런 뉴스들이 나온다. 아무런 감각이 없다. 그냥 전쟁이 일어나고 있구나 정도. 진중권의 '레퀴엠'은 쉽고 빠르게 읽힌다. 과거의 한 경험을 축으로 풀어내는 전쟁이야기가 제맛이다. 전쟁이야기라고 하니 긍정으로 비춰지는 듯 하지만, 이책은 전쟁비극을 말하고 있다. 정치지도자들의 욕망으로 일어난 전쟁이 수많은 사람들을 고통으로 몰아넣고 있다. 광기의 역사는 현재에도 진행 중이다. 이책을 읽으면 일상에서 전쟁을 인식하게 되므로 고통스러울뿐이다. 단, 첫대목에 등장하는 '릴리마를렌' 연합군과 나치군 모두 유행한 노래를 듣다보면 굳이 '평화'라는 말을 붙이지 않더라도 희망의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