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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
주노 디아스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월
평점 :
나는 표지가 요란한 책은 되도록 잡지 않는다. 이책이 딱 그랬다. <오스카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
어쩌다 내손에 들어왔는데, 1월의 마지막 주말을 고스란히 이 요란한 책에 받쳤다. 지난해 퓰리처상을 받았다고 하는 작품이라 그런지 괜찮은 소설이었다. 아니 좋은 즐거운 소설이다. 아니 표지에 있는 모든 수상내역과 표지뒷면에 있는 찬사들을 모두 지워도 이책은 내게만은 좋은 소설이다.
읽는내내 비루한 오스카와오와 내 삶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 오스카의 주변 사람들과 그 시선. 엄마를 거슬러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처참하고 지독한 정치적 사회적 고리에 메여버린. 폭력이 난무하는 한 시대가 저물어도, 그 폭력은 숨어서 노리고 있을뿐 사라지지 않음을...
이렇게 길고 넓은 서사를 빠르고 재치있는 문체로 능청맞게 넘기다니. 내용도, 우리를 닮은 사회상도, 그것을 한 큐에 풀어내는 작가도 보통이 아님을 기억한다.
인생이란 그런 거다. 아무리 열심히 내 행복을 모아봤자 아무것도 아닌 듯 쓸려가버린다. 누군가 나한테 묻는다면, 난 세상에 저주 따윈 없다고 대답하겠다. 삶이 있을 뿐. 그걸로 충분하다고. p.246
나는 절대 산토도밍고로 돌아오고 싶지 않았어. 하지만 감옥에서 나오니 빚쟁이들한테 돈을 갚을 길이 없었고, 우리 엄마도 아팠어, 그래서 그냥 돌아왔지.
처음엔 힘들었어. 밖에서 살다보면 산토도밍고는 세상에서 제일 좁은 곳으로 느껴지거든. 하지만 내가 밖으로 돌면서 배운 게 있다면, 사람이란 무엇에도 익숙해질 수 없다는 거야. 산토도밍고 마저도. p.3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