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이야기하기 좋은 시간이니까요 - 이도우 산문집
이도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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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드라마로 방영된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알게 된 소설가 이동우의 산문집. 밤은 이야기 하기좋은 시간이니까요.
‘나뭇잎에 한 장씩 쓴 이야기가 누군가의 책갈피에 끼워졌다가 바람을 타고 날아가고 상관없지 않을까.’ 라고 소개한 저자의 이야기가 살랑이는 바람을 타고 살포시 내려앉아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 같았다. 쓸쓸하고 아름다운 풍경들의 일상의 순간은 누군가에게 추억이 되었다. 그 추억을 글로 담은 책방 지기가 독자들에게 써 내려간 굿나잇 인사가 봄을 닮은 표지 만큼 마음을 화사하게 해주는 듯 하다.

p. 167 돌이켜 보면 나는 피아노만큼 악기에 복잡한 감정이 있다. 애증일까 애틋함일까. 살아오면서 만난 여인들의 눈물 같은 것, 잃어버린 시절의 꿈 같은 것이 묻어 있다... 너무나 흔하지만 그렇기에 사연이 많은 가깝고, 먼 사물. 새벽에 잠이 깨어 멍하니 떠올려보는 그녀들의 피아노.
p. 188 멋진 책을 읽으면 그 책의 일부가 되고 싶었고, 근사한 영화를 보면 그 영화의 일부가 되고 싶었다고 책 뒤 편 작가의 말에 쓴 적이 있다.

단편소설 마냥 엽서에 적어내려간 이야기 덕에 새로운 것을 도전 하고픈 용기도 생기게 되는듯하다.

p.263 꼭 라틴어가 아니더라도 나 또한 내 생활 반경에서 도무지 쓰일 일 없는 먼 이방의 언어를 배우고 싶을 때가 있다. 마치 전설처럼 들이는 ‘죽은 언어’라는 사어를 배우고 싶은 마음을 때가, 멸망한 나라의 언어, 주문과도 같은 옛말들, 백과사전에서 만나는 발음도 기호도 모호한 수메르의 같은 것들.
p.264 낯선 언어로 내 숨은 마음을 표현하고 싶지만 그런 언어를 알지 못할 때는 차라리 침묵하고 싶어진다.

p.288 좋은 시절은 결코 좋아 보이지 않는다는 것. 정말 지겨운 나발이고 사는 게 엉망진창이라고 투덜대지만,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그때가 지나면 비로소 알게 된다. 돌아보니 참 좋은 날들이었구나, 그땐 왜 몰랐을까 라고. 좋았던 시절은 그 무렵엔 느낄 수가 없지만, 한 시절에 이별을 구하려는 순간 새삼 좋은 날이었음을 알려주었다 고맙고 서글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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