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찬 예찬 시리즈
미셸 투르니에 지음, 김화영 옮김 / 현대문학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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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투르니에의 책이, 그것도 김화영 교수의 번역으로 나왔다면, 선택에 주저함이 별로 없을 것이다. 물론 나도 그런 상황에서 이 책을 구입했다. 그리고 대체로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초교 상태를 그대로 책으로 찍어낸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눈에 거슬리는 오자와 잘못된 표기가 많았다. 그리스 신화나 비극에 자주 나오는 고유명사임에도 불구하고 모두 불어식 발음으로 표기해놓질 않나... 예수의 제자 이름은 '마테오'라고 했다가 '마태오'라고 했다가... '숱한'을 '숫한'이라고 쓰질 않나, '자신을'이라고 추정되는 부분에는 '사신을'이라고 해놓질 않나(난데없이 웬 죽음의 신?)

가장 코미디였던 부분은 안데르센의 동화 <백설공주> 운운하는 부분이었다. 악마의 거울 조각이 소년의 눈에 들어갔다느니 그래서 그 소년이 심술궂어졌다느니 하는 문맥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이건 <백설공주>가 아니라 <눈의 여왕>이다. (아마도 원어에 다같이 '눈'이라는 단어가 들어가고 '공주'나 '여왕'이나 거기서 거기니까 제대로 확인도 안해보고 <백설공주>라고 했으리라. 하지만 문맥만 읽어보면 금방 알 텐데, 아무도 이 원고를 검토도 하지 않은 채 독자들에게 내놓았단 말인가?)

지금 대충 생각나는 것만 해도 이 정도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결함에도 불구하고 표지는 또 왜 그리 예쁜지, 처음 책을 받아들었을 때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른다. 그러던 것이 한 장 한 장 읽어나가다가 분노로 바뀌었다. 그리고 그 분노는 저자의 풍부한 사념들과 역자의 수려한 문장들로도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이 책 <예찬> 안에는 책을 만드는 식자공들과 교정사원들에 대한 언급이 있다. 그는 이러한 사람들을 장인정신을 갖춘 '먹물'들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한국에 번역된 그의 책은 과연 그러한 장인정신에 의해 만들어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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