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 신경림 동시집 담쟁이 동시집
신경림 지음, 이은희 그림 / 실천문학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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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신경림시인의 시는 내 마음을 참 아프게 건드렸다.

하지만 그 아픔엔 웃음이 배어있고 희망이 깃들어 있어서, 참 좋았다.

많은 시인들이 휘청거리는 나를 후려치거나 달래주었지만,

신경림 시인만큼 한결같은 울림을 준 시인은 없는 것 같다.

그런 시인의 첫 동시집을, 약간 걱정하고 많이 기대하며 펼쳐들었다.

 

표제작 <엄마는 아무것도 모르면서>는 정말 마음이 짠해진다.

맞벌이 부모를 둔 아이의 처연한 심정을 단 한마디로 압축해서 보여주는 솜씨가

과연 시인의 역량을 느끼게 한다.

늘 부모님의 기다리며 불을 켜놓고 잠들었던 내 어린시절이 겹쳐지며

눈물이 핑 돈다.

자식을 잘 키우기 위해서, 고된 일도 마다않는 부모의 마음을 헤아릴 만큼

나이가 들고봐도, 의도와 달리 방치되듯 홀로 있는 아이들의 모습은 안쓰럽다.

어떤 책은 단 한줄의 문장, 혹은 단 한편의 시로도 그 가치를 지닌다고 본다.

이 동시집에서는 단연 이 작품이 아닌가 싶다.

하나 더 얘기를 하자면, <꼬부랑 할머니가>를 꼽겠다.

옛이야기 형식을 빌려 말맛도 살아 있고 리듬감도 빼어나다.

고개를 넘을 때마다 굶주리고 외로운 동물들을 위해 두부를 내어주는 할머니의 모습은

생명을 사랑하고 남을 돌아보고 도와주는, 아름다운 우리 조상들의 모습이다.

<꼬부랑 할머니가>가 속한 4부는 서사시들로 이루어져있는데,

모두 이야기책을 읽듯 재미지다.

자세한 편편의 내용은 직접 확인해보면 좋을 것이다.

 

어린이책은 삽화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튀지 않으면서 감성을 자극하는

그림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편집도 깔끔하고 책이 전체적으로 예쁘다.

거기에 내용까지 알차고, 다양한 소재를 시인 특유의 단단한 시선으로,

그러나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재미나게 풀어내고 있으니~

오랜만에 만난 반가운, 아주 어여쁜 동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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