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berto Bolaño, "El secreto del mal", El secreto del mal, Barcelona: Anagrama, 2007.
 


 뭐 복잡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었겠지만 이 이야기는 매우 단순하다. 게다가 결말도 없다. 이런 종류의 이야기에는 제대로 된 결말이 없는 법이다. 빠리의 밤, 한 미국인 신문기자가 잠을 자고 있다. 갑자기 전화기가 울리고 누군가가 국적불명의 억양 없는 영어로 조 A. 켈소씨와 통화할 수 있는지 묻는다. 신문기자는 자신이 바로 그 사람이라 말하고 시계를 본다. 새벽 4시. 잠든 지 세 시간도 채 안 됐고 피곤한 상태다. 수화기 저편의 목소리는 전해줘야 할 정보가 있으니 그를 만나야겠다고 말한다. 이런 식의 전화가 늘 그렇듯 확실한 이야기는 더 이상 하지 않는다. 신문기자는 힌트라도 좀 달라고 청한다. 수화기 저편의 목소리는 켈소와는 비교도 안 될만한 아주 정확한 영어로 직접 만나는 편이 더 낫겠다고 말한다. 그러고선 바로 지체할 시간이 없다고 덧붙인다. 어디서 만날까요, 켈소가 묻는다. 저쪽에선 빠리의 어떤 다리에서 만나자고 말한다. 20분이면 걸어올 수 있을 거라 말을 덧붙인다. 비슷한 약속을 수백번도 더 해본 신문기자는 삼십 분 내에 도착하겠다고 대답한다. 그는 옷을 입으며 이런 식으로 하룻밤을 망치는 건 꽤나 어리석은 짓이라 생각하지만 동시에 약간은 놀랍게도 이제 전혀 졸리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충분히 예상가능한 형태의 전화였음에도 어쨌든 그를 잠에서 깨게 만든 셈이다. 그는 약속 시간보다 5분 늦게 다리에 도착하는데 보이는 거라곤 자동차 밖에 없다. 잠시 동안 기다리며 다리 끝에 말없이 서있는다. 그리고 혼자 다리를 건너 반대편 끝에서 몇 분 동안 기다리다  다시 다리를 건너오며 한밤 중의 소동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 잠을 청하리라 결심한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는 수화기 저편의 목소리를 머리 속에 떠올려본다. 미국인은 아니었다. 그건 확실하다. 영국인도 아니었다. 그건 확신까지는 못하겠지만. 어쩌면 남아공이나 호주 사람이었을 수도 있다. 아니면 네덜란드 혹은 학교에서 영어를 배우고 나서 영어권 국가들을 돌며 결국엔 완벽한 영어를 구사할 수 있게된 북유럽 출신 사람이었을 수도 있다. 길은 건너는데 누군가 그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켈소 씨. 그는 즉각적으로 자신을 부른 사람이 다리에서 만나기로 약속한 그 사람이라 생각한다. 어두컴컴한 어느 집앞에서부터 목소리가 들려온다. 켈소는 그 자리에 멈춰서려 하는데 그대로 계속 길을 가라는 위협섞인 목소리가 들려온다. 신문기자는 다음 번 모퉁이에 다다르자 뒤를 돌아본다. 하지만 따라오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그는 다시 길을 돌아갈까 잠시 머뭇거리다 그냥 계속 걸어가는 게 더 낫겠다고 결정한다. 갑자기 모퉁이에서 불쑥 어떤 놈이 하나 나오더니 그에게 인사를 건넨다. 켈소도 인사를 한다. 녀석은 악수를 청하며, 사샤 핀스키입니다 라고 말한다. 켈소는 손을 내밀어 악수를 하며 자신의 이름을 댄다. 그 핀스키란 놈은 켈소의 어깨를 손으로 두드리며 위스키나 한 잔 하시겠냐고 물어본다. 아니 정확히는 위스키나 '한 모금' 하시겠냐고 물어본다. 또 요기를 좀 하겠는지도 물어본다. 그 시각에 영업을 하는 자기가 잘 아는 식당이 하나 있다고 말한다. 갓 구운 따뜻한 크로와상을 판다는 게다. 켈소는 녀석의 얼굴을 쳐다본다. 모자를 쓰긴 했지만 그 아래로 드러난 백짓장같이 창백한 얼굴을 관찰할 수 없을 정도는 아니다. 마치 여러 해를 어딘가에 쳐박혀 지낸 것만 같다. 그렇다면 어디에서? 켈소는 혼자 생각한다. 감옥이거나 정신병원이겠지. 어쨌든 이미 발을 빼기엔 너무 늦었고 따뜻한 크로와상이 켈소를 유혹한다. 가게 이름은 '셰 뺑'이다. 켈소는 인적이 드문 조그만 길가이긴 하지만 자기 동네에 있는 이 가게에 처음 들어가본다. 아마 보기도 처음일 것이다. 우리 신문기자께서 자주 드나드는 식당은 거의 다 몽빠르나스에 있다. 불분명한 전설을 하나씩 후광처럼 두르고 있는 식당들이다. 언젠가 스콧 피츠제럴드가 저녁식사를 했다는 식당, 죠이스와 베케트가 아일랜드 위스키를 마셨다는 식당, 헤밍웨이가 들렀다는 식당, 존 도스 파소스가 들렀다는 식당, 트루만 카포테와 테네시 윌리엄스가 들렀다느 식당. 핀스키의 말대로 정말 갓 구워낸 '셰 뺑'의 크로와상은 맛있고 커피 또한 나쁘지 않다. 이때문에 켈소는, 끔찍한 가능성이긴 하지만, 이 핀스키란 놈이 같은 동네 옆집 사람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그럴 수 있을 가능성을 재보며 켈소는 온몸이 오싹해진다. 눈에 띄지 않게 어딘가에 숨어 나를 관찰하는 편집증에 걸린 미친놈이 아닐까. 이런 놈들은 어떻게 떼어내버리기도 힘든데. 마침내 켈소는 입을 연다. 그럼 이제 말씀해보시지요. 아무 것도 안 먹고 커피만 홀짝홀짝 마시고 있는 창백한 얼굴이 켈소를 보곤 미소짓는다. 녀석의 미소는 매우 서글프고 아주 지쳐보인다. 마치 그 미소를 통해서만 수면부족으로 인해 기진맥진할 것같은 피로감을 겉으로 표현할 수 있는 듯 말이다. 하지만 미소를 거두자마자 녀석의 얼굴은 곧바로 다시 차가운 얼음으로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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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rgilio Piñera, «Isla»(1979)




이제 곧 나는 다시 태어날테지만
사방에 대고 큰소리로 자랑하지도
선택받은 자인 것 마냥 생각하지도 않을 거야
그저 운이 따랐을 뿐
순순히 받아들여야지
내 맘대로 거부할 수도 없으니까
물론 특출난 사람이라면
그런 결례를 범하지도 않겠지만 말이야
내일 오후 일곱시 육분에
내가 섬으로 변할 거라는
소식을 들었어
그래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섬처럼 말이야
두 다리는 육지와 바다로 변해 사라지고
쇼팽의 느린 곡조처럼 조금씩 조금씩
팔에서는 나무가
눈에서는 장미가
가슴에선 모래가 솟아나올테야
말이 사라진 입술로는
바람이 내키는대로 웅얼거리겠지
그리고는 다른 섬들처럼 길게 누워
잠자코 지평선 위로
해가 뜨고 달이 뜨는 모습을 지켜보며
이제 근심걱정 다 잊고
아주 작은 소리로 소근댈테야
: 저 정말 섬으로 변하는 거 맞죠?








Aunque estoy a punto de renacer,
no lo proclamaré a los cuatro vientos
ni me sentiré un elegido:
sólo me tocó en suerte,
y lo acepto porque no está en mi mano
negarme, y sería por otra parte una descortesía
que un hombre distinguido jamás haría.
Se me ha anunciado que mañana,
a las siete y seis minutos de la tarde,
me convertiré en una isla,
isla como suelen ser las islas.
Mis piernas se irán haciendo tierra y mar,
y poco a poco, igual que un andante chopiniano,
empezarán a salirme árboles en los brazos,
rosas en los ojos y arena en el pecho.
En la boca las palabras morirán
para que el viento a su deseo pueda ulular.
Después, tendido como suelen hacer las islas,
miraré fijamente al horizonte,
veré salir el sol. la luna,
y lejos ya de la inquietud,
diré muy bajito:
¿así que era verd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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