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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신념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송경아 옮김 / 북폴리오 / 200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아내를 간병하면서 이 책을 읽었다. 간단한 수술이라고들 하지만, 어쨌든 아내는 통증을 견뎌야 했고, 링거 바늘을 내내 꽂고 있어야 했으며, 마취에서 깨어나길 기다려야 했다.
한 작가가 자신의 신념을 말하기까지도 녹록치 않은 순간과 과정을 통과해야 했을 것이다.
실패의 공포, 영감이라 믿었던 빗나간 상상, 기술에 대한 집착과 노동의 힘겨움.
그렇지만 이론도 비평도 자서전도 아닌 이 책에서 “신념”을 말하기까지 작가는 달리면서도 눈을 감지 않았을 것이다. 달콤한 경험을 함부로 위안 삼지 않았을 것이다. 실패를 단순히 기회로 여기지 않았을 것이다.
강하면서도 단단하고 소박한 “신념”으로 내려앉기까지, 작업실 구석의 먼지가 뭉쳐지듯이 창밖의 풍경들이 리듬이 되듯 기다리고 기다렸을 것이다. 삶과 기술과 예술 사이에서 계속 움직이면서, 오직 멈추지 않는 글쓰기만이 작가로 하여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되는 희열을 느끼게 해주었을 것이다.
작가는 말한다. “그러나 글을 쓰기 위해 인생을 살지 마라. 그렇게 산 인생은 인위적이고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완전히 다른 인생을 창조하는 것이 낫다!” 그리고 또 말한다. “당신 가슴 속에 있는 것을 써라. 결코 당신의 주제와 그에 대한 열정을 부끄러워하지 말라. 당신의 금지된 열정은 글쓰기의 연료와 같다.”
글쓰기는 삶인가? 기술인가? 예술인가? 그 모두인가? 아니면 그 모두가 아닌가? 풀리지 않는 의문을 품은 채 병원을 나섰다. 아마 수술 부위를 얽어맨 실밥 같은 표정이었을 것이다.